. 팔 월 입추. 서쪽 바람 불어온다. 아무 말도 하기 싫은 하루가 지난다 * 한 석 달 내던져놨더니 詩란 놈이 눈치보며 기웃거린다. 그때 그녀에게도 이랬어야 했나 * 여름 식어간다 어깨, 무릎까지 식었다 겨우 책의 체온이 됐다 * 누군가 빨간 줄을 친 詩에서 빨간색을 지웠다 살아남은 詩가 희미하다 * 비싼 무인도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불가사의하게 하루가 짧다 * 절반, 실망과 희망이 같이 걸린 빨랫줄 같은 곳 * 사람의 발고로 사람을 미워한다 발고한 사람도 밉다 다 사람인데 * 모기 한 마리 며칠째 발목을 노리고 있다 * 친구에게 詩는 그저 느끼면 되는 거야 라고 말하고 나니 詩가 고개를 푹 떨궜다 * 비가 먼저 와 올 수 있었던 사람은 출발하지 않았다 나의 일이 아니다 * 나는 당신을 잘 모르는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