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 2743

꿈. 중세

. 꿈. 중세 낡고 낮은 성체에서 한 사내를 죽였다. 낯 선 여자들과 혼음을 하고 죽은 사내가 다시 살아났을 때 서둘러 그를 관속에 집어넣고 마차를 몰아 성을 빠져나왔다. 등장인물은 많았으나 아는 얼굴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 낯선 이였다. 윤곽이 굵은 사람들 모두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 남자건 여자건 완벽한 타자들 속에서 어이 없는 과거의 땅에서의 살인과 섹스 나는 왜 그곳에 갔을까? 누가 나를 데리고 갔을까? 단 하나의 짐작이라면 카프카. 그가 불렀을까? 220507

詩舍廊/꿈 2022.05.07

사월

. 사월 * 사월이다. 아마도 아직 만나지 못한 코로나 굳이 만날 것 같은 사월이다. * 운동을 시작했다. 쉬 죽진 않을 것 같아서. 그 날을 향해 걸어가기 위해서 야쿠시마 여행을 위해서 열심히 할것이다. * 시간만 정한 약속에 장소가 없다. 어디로 가야하는가? * 지금 詩를 생각하지만 멀지 않은 시절에 神 생각으로 바뀔줄 안다. 詩는 결국 神에 닿을 것이다. * 혹시 누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매일 역시 아무도 오지 않는 매일 * 어깨가 아프다. 짊어지지 않아도 될 것들을 돈 주고 짊어진 탓이다. 건강도 아파야 오는가? * 아직 까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평생에 처음 있는 일. 잊지마라. 너는 아직 까먹을 수 있다. * 금방 마음이 편해졌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이는 결국 나다. 아니다. 돈이다. *..

6번 버스

. 6번 버스를 타면 반고개 지나 대영학원 지나 상서여상 지나 서문시장 지나 반월당 지나 명덕로터리 지나 영대앞 지나 봉산동 지나 파동까지 갈 수 있었다 대부분 대신동이나 대명동 앞산 밑에서 내릴 일이 많았지만 공연히 외로운 날에는 내처 파동 종점까지 가곤 했었다 그땐 버스에서도 담배를 폈었고 재털이도 있었다 여름날 창문을 있는 대로 열어도 버스안은 뜨거웠다 그저 창밖으로 덜컹덜컹 지나가는 봉덕상회 삼성복덕방 간판이나 정화여고 여학생 흰색 칼라나 보든가 대책없이 붙은 똥개 따위나 보며 내가 지금 뭐 하는 지 어디로 가는 지도 잊은 채 그렇게 가곤 했었다. 지금 나는 사당동 가는 5413 버스 안에서 그 파동 가던 날을 덜컹덜컹 생각하는데 저 앞 낙성대 모롱이 돌면 꼭 개울물 흐르던 파동 종점이 나올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