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詩의 기억

여호와여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우리가 주를 앙망하오니 주는 아침마다 우리의 팔이 되시며 환난 때에 우리의 구원이 되소서 --- 이사야 33 : 2 --- 차분히 살펴보면 나는 여전히 어려움 속에 빠져 있습니다. 주께 의지하는 양 살고 있지만 세상 근심의 늪은 여전히 깊습니다. 이리저리 방도를 생각하..

고춧잎 김치 2008. 1. 16 콘크리트 고치 속에 어머니는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계셨다 추위에 아플까 무서워 이틀째 꼼짝도 않으셨다 한다 아파트 계단 아래 한 평 땅 고추 상추 농사 끝난지 한 참 살을 발르듯 떼어 놓은 고춧잎 김치 담궜다고 가져 가라신다 벌 한마리 찾지 않는 시든 꽃 어머..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 --- 이사야 30 : 15 ---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잠잠히 당신의 뜻을 신뢰할 수 있기를, 조용히 작은 실천으로 걸어 갈 수 있기를.. 그 때에 당신이 내 뒤..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말들..

훈계 받기를 싫어하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경히 여김이라 견책을 달게 받는 자는 지식을 얻느니라 --- 잠언 15 :32 --- 나를 훈계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겸손히 듣게 하소서 괜한 자존심으로 오히려 화내는 미련함을 범치 않게 하소서 아내의 견책으로 나를 고치려는 행동을 하게 하소서 아내의 견..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 빌립보서 4 : 4~5 ---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와 갈등하는 일이 있을 때 이 말씀을 떠올리게 하소서 내가 주와 함께 거하므로 오직 기뻐하고 모든 사람에게 관용하게 하소서 나의 이러한..

포항 가는 길 2008. 1. 10 빠르게 미끌어져 온 KTX를 내려 동대구역에서 갈아 탄 포항행 무궁화호 열차 덜컹거림만큼이나 풍경은 갑자기 느리게 흔들리고 시간은 뒤로 흐르는 듯 하다 세월에 밀려나지 않으려 억척스럽게 수다를 쏟는 할머니들의 거센 사투리가 매케한 냄새 가득한 밀려난 완..

너희는 스스로 씻으며 스스로 깨끗하게 하여 내 목전에서 너희 악한 행실을 버리며 행악을 그치고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 받는 자를 도와 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하셨느니라 --- 이사야 1 : 16~17 --- 길을 다니면서도 지난 날 지은 죄들이 끊이지 않고 떠오릅니..

대상의 이면을 보는 비전, 사물이 사물에게 건네는 말을 듣는 비전, 은폐된 현실의 배후와 징후를 냄새 맡는 비전, 상상과 꿈의 세계를 풍요롭게 촉지하는 비전, 그리고 생의 비의에 대한 비전, 생 너머 생 같지 않은 생에 대한 비전...... --- 제 58회 문학사상 하반기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자 <박 강&g..

밥상에 대하여 (창작과비평 통권 135 봄호/2007) 오래 받아먹던 밥상을 버렸다 어느 날 다리 하나가 마비되더니 걸핏하면 넘어지는 그를 내다 버리며 누군가 고쳐 쓰겠지 하면서도 자꾸 뒤가 켕긴다 아이들이 이마를 맞대고 숙제를 하고 좋은 날이나 언짢은 날이나 둘러앉아 밥을 먹었는데...... 남들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