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사랑하는 사람들

아내에게 1

취몽인 2007. 8. 28. 14:04

 

 

 

아내에게 1.

 

                                                          2007.8.28

 

나를 낳은 이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그대여

나의 아픔과 나의 기쁨을 함께 해온 그대여

 

그대는 그대의 표정 하나로 나를

간단히 부숴버릴 수 있음을 알고 계십니까?

 

그대 앞에 벌거벗은 나는 칼등에도 살이 에이고

늘 맥없이 쓰러지고 마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입니까?

 

사랑이 타올랐던 마음의 흔적 위로

우리는 비수 같은 기대를 시간 만큼 켜켜히 쌓았습니다

 

스치고 돌아설 때마다 우리의 비수는 사랑을 긋고

신뢰를 베며 가슴 깊이 피를 쏟습니다

 

다만 하나 내가 이 고통을 토해낼 때

그대 또한 돌아 선 자리에서 붉은 눈물 쏟고 있겠지요

 

우리의 회복은 반복되겠지만

깊은 웃음 가로 막으며 굳어져 가는 옹이가 두렵습니다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어색한 웃음으로 가슴 속 비수를 감출 수 없다면

 

그대여 그대가 가장 잘 아는 비겁한 사내를 위해

조금만 귀를 닫아 주시오 조금만 더 참아 주시오

 

어긋난 시간들이 그대와 나 사이에 그어 놓은

일방적 기대들에게 우리의 묵은 사랑을 절대 빼앗길 순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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