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수
2004. 6. 2
지금은
흑석동 골목 허리춤에
문방구를 하고 있는
내 친구
일년에
한 두 번 볼까 말까 한
깡마르고
시끄러운 입성의
내 친구
20년 전
동성로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2층 다방에서
술 값도 없고
할 말도 없어
두어 시간 멀뚱히
서로 바라 보고만 있었던
내 친구
암 말 않아도
새벽 저수지 물 안개
그 느긋한 편안함으로 함께 했던
내 친구는
지금도
흑석동
산동네 골목 허리춤에서
멀뚱히
물 안개 세상을 바라보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