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
2007. 8. 28
(1)
시속 110 km로 달리던 경부고속도로의 밤
어둠 속 갑자기 꼬리를 드러낸 앞차 꽁무니를 스치며
가까스레 죽음을 피한 순간
'에이 씨바, 이러면 안되는데..."
핸들 드잡아 돌리던 녀석의 희화적인 비명이
진땀 쏟은 내 귀에 걸렸다
(2)
늦게 얻은 아들 녀석이
방바닥에 기어 다니는 개미를 모조리 핥아 먹는다고
큰바위 얼굴에다 소줏잔 내리 꽂으며
"애비 돈 못버는걸 애미 뱃속에서 들었나.. 쓰바"
노래방 벽을 부수듯 내려치던 녀석의 탬버린 소리
벌건 얼굴 속 픽 웃는 웃음으로 눈에 선하다.
(3)
갑자기 떠난 아버지 영정 앞에서
벌서는 코끼리 모양 눈물 뚝뚝 흘리던 밤
꺽인 어깨 위로 꺼이꺼이 아이처럼 울며
"에이 쓰바 아버지는 그걸 못 참나.."
그날 아버지와 이별하고 얼마 뒤 우리와도 소식이 끊긴
철 없는 씨름 선수 같던 녀석이 오늘 유난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