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시편

가을 날 -- 릴케

취몽인 2008. 3. 5. 18:01

 

 

가을 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정말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어 주십시오.

들에다 맑은 바람을 모아 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를 익게 하시고, 남국의 햇빛을 이틀만 더 주시어

그것들을 성숙시켜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에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기나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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