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내리신 주여
2008. 3. 13
주여
오늘 아침 회색 강가에
낮게 다가 오신
당신을 봤습니다
종려주일 앞둔 마지막 사순절 기간
구레네 낯선 이에게
십자가 맡기시고 딛던
그 느린 걸음으로
오셨습니다
주여
슬픈 강물이 시간 위로 넘쳐
눈물처럼 스러지던
당신을 봤습니다
감람산 언덕에서 흘리신
절망의 피눈물을 닦고
엘리엘리 라마 사막다니
하늘 우러러
새 희망을 부르는 음성으로
오셨습니다
주여
사위 어두워져
고개 숙인 사람들 사이에 젖은
당신을 봤습니다
십자가는 그날처럼
비에 젖어 하늘을 머금고
골고다 핏물로 흐르던
우리의 죄도 젖었지만
감은 눈동자 속에서 미소짓는 당신은
지금 여기 오셨습니다
주여
슬퍼도 울지 않는 우리 아래
엎드리신
당신을 지금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