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
그 놈은
부엌에 연한 방
부엌과 연결되는 문
바로 옆에 걸려있었다
방은 늘 어두웠고
제일 어두운 구석에는
얻어온 텔레비전의 껌껌한 깜빡임 속에
이만수가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세운 무릎을 두 팔로 감싸고
어둠 속의 방망이질을 보는 녀석 앞에는
반쯤 피우다 부벼 끈 한산도 몇 개
그 곁에 앉는 건 불편했다
방은 제법 넓어
한 이미터쯤 떨어져 앉아
같은 어둠을 바라보곤 했었다
키 작은 김수영
세월이 지나 김수영 사진을 본 후
녀석이 김수영을 닮았다 생각했다
퀭한 눈 마른 광대 푸석 솓은 머리카락 탓일까
마른 표정으로
바라볼 때면 공연히 무서웠다
어둠 속의 악귀를 만난 것처럼
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오래 폐를 앓은 녀석은
난생 처음 제발로 찾아간 병원에서
다시 못 뜰 눈을 감았고
새벽에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와 그렁그렁 죽었다
세로로 걸린 벽에서 내려져
텔레비전 앞에 반듯이 누워
고개 한 번 뒤로 젖히곤
퀭한 눈이 어디론가 꺼져버렸다
누군가가 한 번 불러보라고 했다
하지만 부를 수 없었다
대답하지 않을 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목을 비린 가래 한 움큼이 가로막고 있었으므로
몇 년 뒤
그 어둠을 아주 떠났다
그리고 오래 됐지만
빈 어둠 속 비린 벽에는 여전히 녀석이 걸려있다
2017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