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그리움

취몽인 2017. 8. 22. 12:58



그리움



비 몇 번 오더니

창 밖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리던 것들은

이렇게 문득 다가오지만

지나갈 때쯤이라야

왔구나 하지요

내일은 아버지 기일입니다

이 십 몇 년 같이 살고

삼 십 몇 년 흙 속에 계시지요

어제 내린 비에 실려

다녀가셨는지도 모릅니다

이마에 닿던 흙 내음

아버지의 눈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든다섯 어머니는

그리움을 모른다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았을뻔 했다 하십니다

그래도 고맙다 하십니다

굽은 어깨

자글한 주름들 사이로

이제는 미움도 묻히나 봅니다

내 이마에 닿던 아버지는

어제 내린 비는

어머니에게도 내렸겠지요

주름 하나 더 깊이 패며

그리움이 드러났을지도 모릅니다

다 지나가고 있으니

왔구나 하실지 모릅니다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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