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비 몇 번 오더니
창 밖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리던 것들은
이렇게 문득 다가오지만
지나갈 때쯤이라야
왔구나 하지요
내일은 아버지 기일입니다
이 십 몇 년 같이 살고
삼 십 몇 년 흙 속에 계시지요
어제 내린 비에 실려
다녀가셨는지도 모릅니다
이마에 닿던 흙 내음
아버지의 눈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든다섯 어머니는
그리움을 모른다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았을뻔 했다 하십니다
그래도 고맙다 하십니다
굽은 어깨
자글한 주름들 사이로
이제는 미움도 묻히나 봅니다
내 이마에 닿던 아버지는
어제 내린 비는
어머니에게도 내렸겠지요
주름 하나 더 깊이 패며
그리움이 드러났을지도 모릅니다
다 지나가고 있으니
왔구나 하실지 모릅니다
2017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