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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만나러 가는 길

취몽인 2018. 1. 23. 21:20

끝을 만나러 가는 길

 

 

고집스런 동쪽에서

어젯 밤 취기가 먼저 오더니

기어이 친구가 왔다

 

서남의 끝에서

서북의 끝으로

버스는 흐린 우회를 거듭한다

사흘째 동진하는 먼지들이

겨울해의 퇴각을 지우는 오후

시내는 소요로 분주하다는 소식

발끝 하나 꽂을 수 없는

지하철로 몰려든다

 

겨우 녹은 강을 건너면

시간은 방향을 틀 것이다

돌아보면 삼십 년

더듬으면 사십 년

친구는 늘 그 언저리에서 온다

노모의 안부와 함께

 

이제 겨우 이틀

평안하자는 다짐은 벌써 무너졌다

기다리는 전화처럼

눈이라도 오면 좋을텐데

누우떼처럼

연신내 지하철을 떠밀려 오르면

그는 거기 있을 터

없으므로 당당한 몇 잔 술을 마시고

또 지난 일들을 질겅질겅 씹겠지

참으로 질긴 기억이라니

 

그래도 끝은 다가오고 있다

그 끝에서 우리는 어떤 이별을 하게 될까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비쩍 마른 끝 하나 손을 흔든다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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