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만나러 가는 길
고집스런 동쪽에서
어젯 밤 취기가 먼저 오더니
기어이 친구가 왔다
서남의 끝에서
서북의 끝으로
버스는 흐린 우회를 거듭한다
사흘째 동진하는 먼지들이
겨울해의 퇴각을 지우는 오후
시내는 소요로 분주하다는 소식
발끝 하나 꽂을 수 없는
지하철로 몰려든다
겨우 녹은 강을 건너면
시간은 방향을 틀 것이다
돌아보면 삼십 년
더듬으면 사십 년
친구는 늘 그 언저리에서 온다
노모의 안부와 함께
이제 겨우 이틀
평안하자는 다짐은 벌써 무너졌다
기다리는 전화처럼
눈이라도 오면 좋을텐데
누우떼처럼
연신내 지하철을 떠밀려 오르면
그는 거기 있을 터
없으므로 당당한 몇 잔 술을 마시고
또 지난 일들을 질겅질겅 씹겠지
참으로 질긴 기억이라니
그래도 끝은 다가오고 있다
그 끝에서 우리는 어떤 이별을 하게 될까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비쩍 마른 끝 하나 손을 흔든다
201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