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택詩人

반전

취몽인 2018. 5. 24. 10:17

에피소드 180523

 

반전

 

변함없이 새벽 출근.

 

구석에 세워진 차 뒤꽁무니가 엉망.

야간조 교대자가 사고를 당했단다.

다른 차 배정받아 운행 준비를 하는데

그 차 원래 운행하는 이가 나타나서

다짜고짜 내리란다. 욕을 하며..

다시 다른 차 배정 받아 나서는데

차도 낯설고 기분도 불쾌.

 

한 시간 날려먹고

일곱 시에 광명서 신촌 세브란스 가는 손님 승차.

자신이 심장병 환자라는 아줌마.

가는 내내 옆자리 아들에게 잔소리..

"도대체 너는 엄마가 환자라는 걸 알기는 하니?"

 

다시 한 시간 뒤

연남동서 역삼역 가는 정장 차림의 청년 탑승.

성악 콩쿨 대회 가는 길이라며

삽십분 안에 도착시켜 달라는데

내비가 알려주는 도착 예정시간은 한 시간 뒤.

뒷자리에서 끊임없는 한숨과 안달 애원...

그러나 꼼짝않는 출근길 도로.

내가 대회에 지각하는 기분.

 

그 다음 손님은 목적지를 향해 절반쯤

가다가 요금 미터기 찍지 않은걸 발견.

가지가지 한다.

오전은 그러저러 번 것도 없이 지나고

여러가지 일진 사나우니

오늘은 대충 손해보더라도 일찍 마치자 생각.

 

동대문 근처서 느닷없이 탄 손님.

옷보따리를 들고 분당 미금역 가자신다.

24km. 좀 만회가 되려나?

경부고속도로 타고 양재를 지나는데

쏟아지는 졸음. 아뿔사 판교 lc를 지나쳤네.

손남께 백배사죄하고 요금도 깍아드리겠다

말씀드리고 수원까지 가서 회차.(60kmㅠ)

미금역에 내려드리니 평소에 내던 요금대로

계산해 달라시는 고마운 손님.

 

반전은 그때.

빈차로 서울로 돌아올 형편인데

손님 내리자마자 왠 허름한 입성의 남자가

"남구로역 갑니까?"

넵. 45km!

나와 동갑내기 조선족 남자.

건설 빔 설치 일 한다는, 돈 잘 번다는,

오늘 컨디션 안좋아 일 안하고 술먹으러 간다는..

 

그렇게

시종 시덥잖던 하루가

갑자기 행운의 마무리로 급전.

 

그가 틀어놓은 주현미 노래를 들으며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며 든 생각.

 

인생이 나를 가지고 노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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