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야간 근무를 하는 날은
아침 여섯 시 반쯤 집에 와서
간단히 밥 먹고 잠들어
오후 한 시 반쯤 일어난다.
다시 나가는 시간은 오후 네 시 반쯤.
깨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세 시간.
집안 일 좀 준비해주고
요기하고 샤워 등 출근 준비에 한 시간 반쯤,
온전한 짬은 한 시간 반 정도.
이런 형편인 지라 하던 공부도 멈췄고,
책도, 시도 손을 놓은 지 두 달이다.
내게 소중한 것들.
가족, 쓰기와 읽기, 신앙, 친구, 일같은 것들.
모두 보류되고 오직 일만 남은 셈이다.
이렇게 살아선 안되는데..
한 시간 반.
이 짬이라도 살려야 한다.
앞 뒤 시간을 좀 더 줄여 두 시간 정도를 만들어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데 쓰자 생각해본다.
우선 이번 쉬는 날에는
도서관을 가서 책부터 빌려오자.
두꺼운 놈 두 권, 얇은 놈 세 권,
그놈들에 기대 나를 찾자 맘 먹는다.
2018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