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時調

애월 밤바다

취몽인 2019. 10. 12. 18:28




애월 밤바다


   

서쪽으로 난 창 밖 보이지 않는 바다는

밤새도록 몸살을 앓았다 얼굴도 없이

바람은 윤곽을 찢고 표정을 할퀴고


기슭까지 쫓겨온 파도 끄댕이 당기는 바다

모조리 지워진 경계 뒤섞이는 또 다른 경계

뇌우는 검은 파도에 구름은 먼 수평선에

 

누군가의 고함이 유리창을 흔드는가

귀를 찢는 무적 소리 비명 소리 울린다

바다는 끓고 있는데 어디에서 우는지


먹장을 찢어낸 틈 달빛 한 줌 쏟아진다

무저갱의 바다에 직선으로 꽂히는 빛

둥글게 맺힌 응시와  출렁이는 눈동자


검은 비는 어느새 다시 달을 찢어 삼키고

허겁지겁 남은 빛을 줏어담는 파도 넘어

앞발톱 쑤셔 넣고서 문 두드리는 야수여


그 뒤론 또 으르렁대는 아 무적, 무적 소리

발치에는 문 비집고 쏟아진 비명 조각들

불안한 불빛에 떠는 젖은 그림자, 그림자들


끝내 날뛰다 부디 멈추라 제발 그만 멈추라 

주문 외던 그 바다 아, 검게 끓던 애월 밤바다

그 밤을 잊지 못한다 도무지 잊지 못한다



20191012 수정




'詩舍廊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릇  (0) 2019.10.26
영화  (0) 2019.10.25
사등분  (0) 2019.10.12
과녁  (0) 2019.10.08
  (0) 2019.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