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읽다가
시인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漢詩를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판소리 사설 한마당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던 나처럼 살고 있진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다른 세상
허적허적 걷다가 피식 웃는 시편들
해 저무는 저녁에 등이 따숩다
지난 주 정우형 만나서
시인이랑 술자리 한번 엮어 달라 청을 넣었다
그런데 왕창 취한 그 형이 기억할까 모르겠다
기왕의 시집을 다 읽어볼 요량이었는데
이 앞의 시집들이 다 절판이다
도서관을 가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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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에서
이륙하려다 다시 내려앉았소,
귀환이 늦어질 것 같구려
달이 너무 밝아서 떠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 실은
사과꽃 피는 것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차일피일
결국은 또 한철을 다 보내고 있다오
누가 와서 물으면 지구의 어떤 일은
우주의 문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지구의 어떤 풍경은 외계의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다고만 말해주오
지구가 점점 못쓰게 되어 간다는 소문은 대부분 사실인데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소
어르고 달래면 생각보다 오래 꽃이 피고
열매는 쉬지 않고 붉어질 것이오
급히 손보아야 할 곳이 잇어서 이만 줄이겠소
참, 사과꽃은 당신을 많이 닮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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