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일곱시쯤에 집을 나서 저녁 아홉시쯤에 돌아온다. 하루 14시간을 집밖에 있는 셈이고, 집에 있는 10시간중 7~8시간은 잠을 자니 씻고 밥먹고 다 합쳐 집에서 눈 뜨고 있는 시간은 겨우 두 세 시간이다.
그 중 출퇴근에 너댓 시간을 쓴다. 뭐 출퇴근이 중요한 근무이니,그리고 서울 파주를 왕복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름 차를 운전하는 너댓 시간을 의미있게 쓰려고 애쓴다. 우선 음악을 듣는다. 주로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듣는 편이다. 애써 곡에 몰두하기는 힘들고 배경음악처럼 듣다가 좋아하는 곡이나 관심있는 곡이 나오면 집중해서 듣는다. 주로 자유로를 달리는 50분 정도가 음악을 듣기에 좋다.
또 하나는 전자책을 읽는 일이다. 대시보드 옆 거치대에 핸드폰을 걸어놓고 새로 산 e북이나 도서관에서 빌린 e북을 짬짬이 읽는다. 걱정 마시라. 그저 신호대기에 걸려 멈춰섰을 때 읽을뿐이니.
운전중이니 읽는 속도도 느리고 무거운 내용도 읽기 힘들다. 주로 가볍고 짧은 에세이나 편한 시집을 읽는다. 최근 사피엔스를 그렇게 읽었는데 한 달이 걸렸다.
이기주라는 작가. 이름은 몇 번 들었는데 책을 읽는건 처음이다.파주전자도서관에서 빌렸다. 팬덤이 상당한 작가란 소문처럼 글이 갈끔하고 맑다. 짧은 글 속에 의미를 담는 문장력도 좋지만 그보다 저자 스스로도 말하지만 삶속에서 누군가 어떤 상황 속에서 던져지는 한 문장을 놓치지 않고 의미로 발전시키는 안목이 부럽다.
내곁의 누군가가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 그 한 문장은 그저 그 상황속의 한 마디일 수도 있지만 곱씹으면 무한한 의미의 한 마디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로 사는 일, 글을 쓴다는 일이 무슨 대단한 설계나 기획을 반드시 필요로 하진 않는다. 내 삶이, 내 이웃의 이야기가, 주변의 나무 한그루 그림자가 던지는 수많은 의미들을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작을지라도 감동을 주는 글로 옮길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작가 아니겠는가?
詩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만난 이기주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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