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추천 책 다시 읽기 시리즈...
반휴업 상태인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집에 머문지 닷새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4천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보며 이 책을 읽는 마음이 심란스럽다.
문득 '대지의 응징'이 시작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떠들어 대는 과학과 자본에게 '그래 어디 한번 해봐라.' 하고 던져준 낯 선 생명 한 줌.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그 생명은 무서운 생명력으로 저 혼자 만물의 영장이라 떠들던 인간들에게 스며들고 그 교만한 인간 자신들을 숙주로 온 세상에 퍼지고 있으니 어쩌면 자연의 응징으로 볼 수도 있겠다.
피에르라비는 아프리카 조그마한 오아시스 출신의 농부다. 채 표지에 실린 얼굴은 '나는 천상 농부요'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프랑스인의 양자가 되어 속된 말로 팔자를 고칠 기회를 얻었으나 오히려 기회의 땅인 프랑스에서 본격적인 생명 농부로 거듭나고 그의 뿌리인 아프리카를 위해 생명농업을 전파하는 삶을 살았다는 게 참 특별하게 여겨진다.
다국적 자본의 화학비료와 대규모 농업, 그리고 자유 무역, 신자유주의라는 무자비한 폭력에 속수무책 삶의 기반이 무너져 버려 빈곤속에 내팽겨쳐진 삶을 사는 건 비단 아프리카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농촌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뿐 같은 함정에 빠졌으며 그로 인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 체질 약화와 장기적인 위험 가능성은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피에르라비는 우리나라의 윤구병이나 일본의 스지신이치 라다크의 호지같은 행동하는 생명운동가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한 사람을 넘어 엄청난 크기의 영향력이다. 워낙 전 행성에 걸친 파괴와 폭력의 규모가 커서 그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는 여전히 미미하지만 멈추지 않는 생명의 불꽃이 되리라 믿는다.
그는 1헥타르의 농토를 가꾸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 한다. 1헥타르는 가로 세로 100미터 즉 1만 제곱미터의 땅이다. 그 작은 땅을 스스로 경작하여 최소한의 자급자족을 이루는 노력을 하자 권유한다. 그 땅에 우리도 익숙한 퇴비를 이용해 생명이 순환하고 살아나는 농사를 짓자 한다. 실재로 세계 여러 곳에서 그런 공동체 실험을 이끌고 그 실험이 정착되면 그는 또 다른 곳으로 가는 일을 반복한다고 한다. 교육과 강의를 하면서도 자신의 1헥타르 농사는 결코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나는 농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꼭 1헥타르의 땅을 마련해서 작은 농사를 짓고싶다. 느리고 소출이 적고 자주 망치더라도 꼭 한 번은 그 일에 내 많은 시간을 쏟아보고 싶다.
땅과 인간과 지구를 살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한 번은 제대로 앓아보고 죽고 싶다. 가능하면 주변에 옮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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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하늘을 향해 일어서는 대지의 일부분'
'시간은 金이다. 라는 말을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이 말은 행성 전체를 위협하는 정신분열증의 한 가지 원인입니다.'
'현대의 시스템은 이웃에서 생산할 수 있는 과일과 채소, 고기들을 먼 곳까지 찾으러 가기위해 몇 만 톤의 석유를 소비한다. 거기에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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