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작은 것이 아름답다 / E.F.슈마허

취몽인 2020. 5. 3. 17:24

 
법정스님 추천 책 다시 읽기 시리즈 ...

40 년전에 처음 세상에 나온 책이다. 우리 나라에서 1쇄를 찍은 건 2002년, 18 년전이다. 내가 처음 읽은 건 대략 10 년전쯤이니 가히 역사속의 책이다.
40 년전이면 1980년대. 우리나라도 근대를 벗어나 현대속으로 들어온 때이고 경제발전의 과실을 맛보기 시작했으며 민주화를 향한 화약고가 터져 바야흐르 역사의 한 고비 그 꼭대기쯤에서 아파하던 시기다.
내가 겨우 대학을 막 들어간 무렵이기도 하고..

그때 이미 슈마허는 신자유주의의 폭주로 인해 도래할 지구촌의 고통을 직시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이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그 또한 경제학자로서 주류 경제학이 권력과 자본에 복무하느라 굳이 외면한 성장의 뒷편을 냉정하게 들춰내 가려져 있는 진실에 촛불을 켜 눈 먼 사람들을 일깨우고자 한다.

급변하는 기술 자본의 세월 속에서 그가 주장한 말들은 어느새 상황의 적절성을 놓쳐버린 부분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통찰들은 유효하다. '소진되어가는 지구, 피폐해지는 인간을 강제하는 자본과 기술'이라는
폭력을 제어해서 그 물길을 돌리지 않는다면 인류와 지구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는 그의 목소리는 동시대 다른 곳에서 다른 주제로 같은 이야기를 해온 네이첼 카슨. 제인구달, 촘스키 같은 이들과 함께 분명히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당연한 문제를 환기시킨다. 법정스님이 이 책들의 일독을 추천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라 생각한다.

40년 시간이 흘렀어도 제기된 문제들은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었다. 그러나 슈마허 같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 현재 어느 곳에서는 중간기술이나 인간 중심의 발전. 공생의 생태, 약한 자를 위한 정의의 실천 같은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그들이 이길 것이고 그래야만 우리 후손들과 지구가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책의 후반부를 제대로 읽지 못해 다음을 기약한다.

'케인즈에 따르면 경제적 진보는 종교와 전통적인 지혜가 언제나 거부하도록 가르치는 인간의 강한 이기심을 이용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근대 경제는 격렬한 탐욕에 따라 작동되며 시기심 잔치에 빠져 있는데, 이는 우연한 모습이 아니라 경제의 확장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 자체이다... 나쁜 일은 유용하지만 옳은 일은 그렇지 않다.'
 
과학과 기술이 지향해야할 바람직한 생산방법과 장비
1.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값이 싸며
2. 소규모 이용에 적합하고,
3. 인간의 창조적 욕구에 부합될 수 있는 것.

'한 사회가 향유하고 있는 실질적인 여가의 양은 그 사회가 이용하는 노동절약적 기계의 양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대량생산이 아니라 오직 대중에 의한 생산만이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해 줄 수 있다. - 간디'

'나는 어떤 사람의 등에 앉아 그의 목을 조르면서 업고 가라고 요구하면서도, 그에게 대단히 미안해서 등에서 내리는 것을 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그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고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키려 한다. - 톨스토이'

'기술을 인간의 실질적인 욕구에 맞게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또한 인간의 실제 크기에 맞추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작은 존재이므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 거대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자기 파괴로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