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밤 열한 시 / 황경신

취몽인 2020. 5. 6. 15:42

 

詩 같기도 하고 편지 같기도 한 글들.

내내 안타까운 사랑이 가득하다.

 

사랑의 마음을,

말랑말랑한 여류작가의 목소리로 듣는 일은 낯설다.

 

사랑.

이제는 내겐 없는 감정.

문득 오래 전의 그 들끓던 것들이 떠오를 때도 있고

한번쯤 다시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아마 막상 닥치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사랑의 글은 낯설고 어색하다.

조금은 서글픈 노릇이지만 내 속의 유전자가 이미 용도폐기를 결정한 탓일테니 별 수 없다.

 

아직도 남은 사랑이 있다면

안타까움이나 미안함 그런 정도의 돌아보기 같은 것들일 터.

 

책을 읽으며 내내

부럽기도 하고 참 남의 일이네 싶기도 했다.

 

사랑의 글은 달콤 쌉싸름하다.

그런 맛은 어색하다.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된 나이에는

단 것이 싫기 마련이다.

 

다 읽어도 좋고

읽다 말아도 좋을 책.

 

저자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