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책 읽기 중 스스로 마음에 드는 성과라면
쉼보르스카의 詩들을 몇 권 읽은 것을 들고싶다.
폴란드 출신의 여성 시인으로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시인. 평자들이 말하기론 '실존철학과 詩를 접목시킨 시인'이라는데 그건 너무 거창하고 상투적인 규정이라 시인이 싫어할 듯.
또 누군가는 '모차르트처럼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 같은 웅장함을 겸비했다'고 말했다는데, 내 생각으로는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무엇보다도 쉼보르스카 시인이 싫어할 말이 아닌가 싶다.
이 얇지 않은 시집에는 쉼보르스카의 詩 170편이 실려있다. 생전에 그렇게 많은 詩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시인은 2012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12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는데 그 가운데 시인이 스스로 뽑은 自選 시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자선 시집. 2000년>과 그 후 나온 시집들에서 선별된 작품들이다. 쉼보르스카의 詩세계를 一見 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늘 하는 말이지만 일천한 주제니 훌륭한 시인들의 작품에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그저 '시를 이렇게 진지하게 쓰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쉼보르스카를 읽는 내내 했다. 사물, 인간, 자연, 신화, 보잘 것 없는 것들, 철학 등등 시인이 바라보는 모든 것은 시로 재구성 되었으며 하나 같이 시인 특유의 차분한 시선과 말투로 드러난다. 하지만 울림은 다 다르다. 신기한 일이다. 같은 목소리, 같은 표정으로 만 가지 생각과 감정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니. 그것이야말로 그의 철학적 통찰 등 내용의 가치 못지 않게
시인만의 이룩한 불멸의 형식적 가치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성복시인이 무한화서에서 이것저건 시도를 하다 잘 안되면 쉼보르스카를 보라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말이 이해가 되는 것은 물론, 내 수준에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뭔 시도를 하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쉼보르스카를 먼저 읽고 그 길을 나서라 라고 말해주고 싶다.
2007.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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