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한강

취몽인 2020. 7. 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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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라는 사물 2


오늘은

목소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벽에 비친 희미한 빛

또는 그림자

그런 무엇이 되었다고 믿어져서요.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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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세상으로부터 영혼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 인간은 고통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

시집 해설을 쓴 이가 시인의 현재를 표현한 글이다.

멘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을 소설가로 데뷔하기 한 해전에 먼저 시인으로 등단을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나 20여권의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 한강이 내놓은 첫 시집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의 작품들이 담고 있는 고통받는 육체와 영혼, 그리고 그 이유의 탐색, 극복 등을 표현하는 길잡이로서 그는 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은 영혼, 그 영혼을 언어화한 시를 통해 출구를 더듬는 것은 아닐까?

소설가 한강의 소설을 몇 권 읽고 이 시집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해설자가 소개한 피카르트의 '인간과 말'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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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의 삶은

어느 날 눈떠보면
물과 같았다가
그 다음날 눈떠보면 담벼락이었다가 오래된
콘크리트 내벽이었다가
먼지 날리는 봄 버스 정류장에
쪼그려 앉아 토할 때는 누더기
침걸레였다가
들지 않는 주머니칼의
속날이었다가
돌아와 눕는 밤마다는 알알이
거품 뒤집어쓴
진통제 糖衣였다가
어느 날 눈떠보면 다시 물이 되어
삶이여 다시 내 혈관 속으로
흘러 돌아오다가


- 한강.. 문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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