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는 올 추석에는 2007. 9. 22 친구들 달이 차오를 하늘에 스산한 바람이 오히려 가득한 추석이네 그려 지금쯤 자네들 몇몇은 우리의 고향을 향한 고된 걸음 중에 있을것 같군 나는 지금 바람 가득한 서울에 앉아 구름 뒤편 달 속에 비친 자네들 마음을 생각하네 마흔 중반 숨가쁘게 다가오는 명.. 詩舍廊/~2021습작 2007.09.22
구월 九月 2007. 9. 5 하늘이 높은 바람에 실려 하릴없는구름을 흩뿌려 놓을 때 이별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는 가지 끝 잠자리 날개 가득하다. 달이 노랗게 익고 여름을 씻을 몇몇 태풍이 다가오는 소리들 이제 비는 마지막 눈물을 훔치고 낙옆으로 떨어질 시간을 적실 것이다 더운 마음들 메마른 .. 詩舍廊/~2021습작 2007.09.05
낚시를 기다립니다. 낚시를 기다립니다 2007. 8. 24 물이 그렇게 맑지는 않습니다. 초릿대 부르르 떨며 얼굴 내미는 붕어 또한 대단한 건 아닙니다. 다만 그 맑지 못한 물 속에는 내가 던져 놓은 떡밥 같은 일상이 가득하고 특히 밤이 되면 그 숱한 고민들을 태우는 케미 불빛이 차분하게 통쾌합니다. 먼 길을 가.. 詩舍廊/~2021습작 2007.08.24
어떤 죽음 어떤 죽음 2007. 8. 19 한 주 전 아내를 따라 처음 교회에 온 남자가 있었다. 일 주일 채 지나지 못한 그제 술취한 채 걷다 차에 치여 죽었다 한다. 오늘 오전 아내는 사람들을 따라 지난 주 처음 교회에 왔었던 죽은 남자의 문상을 간다고 한다. 한 번 본 남자의 죽음을 따라가는 신의 그림자.. 詩舍廊/~2021습작 2007.08.19
장마 3 장마 3 2007. 7. 20 젖은 아스팔트를 따라 바다가 떠난다 불쑥한 여름의 입술과 뒤집힌 누런 강 옆구리를 여미며 푸른 표정을 마음 속에 뿌린다 주섬주섬 눅진한 고샅 추스려 약오른 햇살에 말리며 떠난다 바다 떠나고 나면 바다 끝나고 나면 사람의 길에 떠난 바다 가득하리라 詩舍廊/~2021습작 2007.07.20
바이오 리듬 바이오 리듬 1992.1.23 당신의 신체 리듬은 고조기에 있습니다 심신이 모두 활력에 차있습니다 건강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감성 리듬과 지성 리듬은 저조기에 있습니다 나태해지기 쉬우며 대인관계에 있어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장기 .. 詩舍廊/~2021습작 2007.07.17
이미지 1 이미지 1 92.1.23 동그라미 터지듯 눈이 커지는 날이 있다 부숴진 머리카락 나무조각 실 이름 없는 나부랭이들 커지는 족족 흐르고 날리고 날카로운 놈들은 피해야 한다 어디로 그들 한 가운데는 빈틈 없는 간격 조임 조각조각 싸이는 표정의 초조한 확장 한 모금 숨결 따라 확 몰려 오는 것.. 詩舍廊/~2021습작 2007.07.17
모씨의 방 모씨의 방 86.2.7 벽도 천정도 바닥도 모두가 한 평인 방 구멍 뚫린 한지 봉창 벌벌 떠는 방 자빠진 마르크스 찢어진 레이건 개정 헌법위로 마른 밥풀 짖이겨진 방은 가난 모씨는 마르코스도 레이건도 헌법도 도무지 아는 바 없고 그저 석달 밀린 방세 4만5천원만 또록히 알뿐 詩舍廊/~2021습작 2007.07.17
막 막 86.5.8 만성 비염으로 내 콧구멍은 언제나 체증을 겪고 있다 소년 시절 쉽사리 터져 나오지 않던 휘파람 휘휘 소리는 지금 들여다 보지 못하는 내 콧속의 미로와 같다 방황의 끝마다 날 채어가던 아버지 부재의 그리움으로 솟는 그 시절 속 터지게 미웁던 아버지 당신은 뻥뚫린 허공을 갈.. 詩舍廊/~2021습작 2007.07.17
午後 오후 오후는 백지 여백 위로 사선이 달리고 습관을 쓴 자각이 졸고 한 모금씩 시간을 삼키는 허공 멀리서 들리는 장마의 하품 시간을 깁는 오후는 커다란 백지 뒷면 * 86.7.1 초고 / 2011.11.3 수정 詩舍廊/~2021습작 2007.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