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월 2007.11.1 11.1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주춤한 도시의 가을에 날선 바람을 꽂는다. 폭죽 처럼 터진 플라타너스 꽉 잡은 손 아직 놓지 않고 푸른 깃발로 흔들리지만 봄날 부드러운 꽃비를 쏟던 성급한 벚나무는 붉게 몸서리 치고 만다. 아! 11월 가을이 피흘리며 날아 오르고 길은 이별로 가.. 詩舍廊/~2021습작 2007.11.01
뒷걸음질 뒷걸음질 2007.10.31 서른을 기다렸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은 내 앞에 두근 첩첩으로 빛났고 시간은 등 뒤로 기쁜 눈물처럼 달렸다. 서른을 기다리는 시절이 있다. 세상은 내 뒤에 가쁜 호흡으로 스러졌고 시간은 저만치서 뒷짐진 채 빈 하늘 바라 본다. 더 나아갈 곳 없는 길 위에서 뒤돌아 .. 詩舍廊/~2021습작 2007.10.31
시상식 詩償式 2007. 10. 30 詩가 償을 받는다 詩와 노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그래서 평생 詩와 놀겠다는 중늙은이 詩人이 償을 받는다 부러운 박수와 질투어린 악수가 어울리고 길게 걸어온 길 배고픔과 사치연하는 면박과 아내의 주름이 고맙다는 우정 슬픈 詩人이 償을 받는다 꽃 한송이 전하고 .. 詩舍廊/~2021습작 2007.10.30
담배 담배 2007. 10. 25 주머니 속에서 근심 한 가닥 꺼내 붉게 불 밝힌다 손가락 사이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하얗게 타는 근심 가슴을 쓸고 흔적처럼 타버린 지독한 근심 주머니 속은 또 다른 근심이 순서를 기다리고 나는 그들 근심에 중독 된다 詩舍廊/~2021습작 2007.10.25
오후에는 오후에는 2007. 10. 22 집 앞 화단 키 큰 해바라기들 서늘한 낫질로 싹둑 드러 누웠다 한 풀 하루가 꺽이고 퇴기같은 가을만 하늘에 우쭐한데 앉은 자리서 시간을 세다 느닷없는 두통에 마른 목 세운다 일 년을 사는 일이 새삼스레 차마고도 넘는 비 구름 같다 이 고개 넘으면 목 잘린 해바라.. 詩舍廊/~2021습작 2007.10.22
뒤 뒤 2007. 10. 16 지랄처럼 지나간 그대를 그리워 한다 한편 그 그리움 너머 너희 생각에 생경스런 눈물도 흘린다 흐릿하게 그대 속에 있는 나, 나의 모습이 모호하게 너희 속에 자리한 무렵을 무던히 떠올리며 떠나갔던 시간처럼 시나브로 그대여 그 어느 날이란 오늘의 뒤 뒤를 바라 보면 보.. 詩舍廊/~2021습작 2007.10.16
능곡 능곡 2007. 10. 16 그때, 그곳엔 문둥이처럼 시인들이 살고 있었다 가난한 마음이 쪼그린 토굴들과 초라한 일상이 거적처럼 깔린 민둥산에서 내가 아는 시인들은 해거름 긴 그림자처럼 광화문 저녁으로 와 술을 찾았다 땡중같은 시인은 시주같은 밤술을 청하고 우리는 욕값으로 술값을 치르.. 詩舍廊/~2021습작 2007.10.16
餘分의 時間 餘分의 時間 2007. 10. 11 돈벌이 빠지고 난 자리에 시간이 허연 뿌리를 드러낸 채 듬성듬성 졸고 있다 마음은 종종걸음으로 거리를 헤매지만 정작 용기는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하고 아침은 느리게 동쪽 창을 두드리지만 횡한 오후는 어김없이 노을 가슴으로 탄다 누군가 시간을 �는 소리, .. 詩舍廊/~2021습작 2007.10.11
너무나 이기적인... 너무나 이기적인... 2007.10.8 문을 나서면 늘 그자리에 서서 내려다 보던 묵묵한 소나무 한 그루 표정도 없이 지나치다 뙤약 � 유난한 날 그림자를 느끼는 것처럼 무심히 살다 느닷없이 안부를 묻는 일은 스스로에게도 당혹스럽다 그는 말없이 웃으며 날 맞이하지만 오히려 내 눈자위 뜨악.. 詩舍廊/~2021습작 2007.10.08
92일 92일 2007. 10. 1 시월 푸른 아침이 와도 무거운 동쪽 하늘 쉬 열리지 못한다 척박한 땅에서는 일방적인 죽음과 발디딜 땅을 빼앗기는 어제가 있을 뿐이다 붉은 가을이 高土로부터 내려 앉고 들판은 무른 수확을 준비하건만 하늘은 여전히 고개 돌려 짙은 그림자 간간히 뿌릴 뿐이다 무거운 .. 詩舍廊/~2021습작 2007.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