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時調 123

개작 2_ 7편 161019

임진강 북향 길 내달려도 못 가는 곳이 있어 달리는 걸음마다 뒷목을 잡아챈다 도처에 속도 붙드는 저 역설의 자유로 촘촘한 철조망 뒤 멈춘 듯 흐르는 듯 깊은 속 못 내비쳐 멍든 듯 시퍼렇다 긴 수직 빛을 쏟으며 달려가는 강이여 바람벽 격자 사이 가을 볕 분주한 곳 나락은 여기저기 저 혼자 익어가네 개성과 강화 사이엔 적막만이 흐르고 옛날은 어디 갔나 그림자 낚는 어부들 숨겨진 총부리들 물결 따라 흐르는데 저 강도 가슴이 아려 썩어가는 물결들 허리춤 매달아 온 눈물 몇 점 흘리다가 눈가로 깊이 새긴 그리움 훔쳐내고 휘돌며 고개 돌린 강 피 흘리는 임진강 능소화 자유로 가로등에 곱게 늙은 아줌마들 제각기 고개 숙여 웃는지 우는 건지 바람이 코를 스치자 부끄러움 후드득 달력 시간을 잔뜩 입고 둥글게 말렸었다 ..

詩舍廊/時調 2016.10.19

개작 8편 161019

어떤 깊이 황소와 강아지와 아기의 깊은 눈은 까맣고 촉촉하고 투명한 거울이다 그 곳에 나를 비추면 한 슬픔이 젖는다 때 묻은 마음 속엔 거울마저 사라져서 황소와 강아지와 아기에 비춰서만 아슬히 만날 수 있는 깊고 착한 그런 것 가시 갈치를 바르면서 당신을 기억한다 지느러미에 촘촘한 참빗 같은 아픔들이 이제는 바싹 구워져 핏빛마저 고소한데 한 켠엔 날카롭게 설움들 추스리며 같은 길 걸었으니 미워도 할 수 없어 새하얀 이밥 숟갈 위 얹어주는 한 토막 가늘고 뾰족하게 살 박힌 그 삼십 년 하여간 당신이야 내편이 아니라오 글쎄요 언제쯤이면 그 미움이 뽑힐까 새우 펼쳐보지 못했다고 꿈 없다 할 수 없다 몸 휘어 웅크리면 뒤로 비록 튕겨가도 구부려 휜 등 속에는 오장육부 가득해 먹구름 아래가 후끈 달아 불끈 위로 ..

詩舍廊/時調 201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