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의 내심 바늘의 내심 어디든 들어가려는 날카로운 본능으로 무엇이든 돌파하려는 뾰족한 의무감으로 결연히 다시 솟구쳐 나오려는 용기로 모든 것을 찌르고 말겠다는 한 겹 적의로 점점 더 약해지지만 예리해지는 폭력성으로 그러나 몸 만한 귀로 형편은 늘 듣고 있나니 20180626 詩舍廊/時調 2018.06.28
장마예보 180625 장마예보 곧 오신다는 소식이다 빠르면 오늘 밤에 조금씩 흙을 떠나 오래 떠돈 아버지 퀭한 눈 먼저 오실까 마른 기침 먼저 오실까 늦은 밤 혼자 다가와 창밖을 두드리시던 방울 방울 젖은 표정 그새 좀 더 늙으셨을까 하늘엔 아직 구름뿐 아버지는 어디쯤 詩舍廊/時調 2018.06.25
남구로역 180529 남구로역 막 술에서 깬 새벽 네 거리 검은 영혼들 모여든다 커다란 웍에 볶아지는 짜장처럼 국적도 없이 아는가 이미 바닥은 우리 것이 아닌 것을 詩舍廊/時調 2018.05.29
남구로역 180412 남구로역 구로동은 예전부터 노동의 땅이었지 신새벽 남구로역 시린 생계들 모여든다 모퉁이 가득한 노동 밥벌이가 차갑다 하나같이 검은 옷 검은 가방 검은 표정들 살고자 하는 주검처럼 길마다 몰려 나온다 날 밝아 품 팔 때쯤엔 저 죽음도 걷히려나 詩舍廊/時調 2018.04.12
하늘재 하늘재 천 년 잃은 마의의 길 굳은 뼈로 솟은 월악 면목 없는 관음 딛고 먼 산돌림 따라가면 하늘이 툭 열리는가 바람 먼저 재를 넘네 울울창창 늙은 나무 어깨 젖혀 내려보니 만상 씻고 흘러가던 한 세월이 창파로다 팔 벌려 어서 오시라 구비 긴 팔 흔드네 꺾인 단장 내려두고 모롱이길 .. 詩舍廊/時調 2018.03.07
웃어라 돼지 웃어라 돼지 느닷없이 멱 따더니 수급들만 남겨졌다 비린 바닥 널부러진 우거지상 머리통들 너라면 웃고 있겠니 목 잘리고 누워서 덜컹 실려 막 부려진 모란 장터 육소간 뒤 웃는 몇 놈 먼저 나가고 나머지는 재갈 물려 억지로 올린 입꼬리 웃어라 돼지 이 만원 더 20180305 詩舍廊/時調 201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