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가는 길 고흥 가는 길 남도하고도 더 먼 끝 문둥이 바다 천 리 길 등 돌린 사람이 보낸 얼굴 없는 부음 자락 곡성쯤 쏟아지는 눈 떠밀리는 망설임 지워지는 산자락 불 꺼지는 먼 바다 인의는 미움을 앞서 등 돌려도 예는 서는 법 순천만 기러기 한 떼 인사 먼저 꾸린다 고개 돌면 여기저기 .. 詩舍廊/時調 2018.02.18
관악 관악 삼십 년 산기슭에 걸쳐서 살았네 눈 들면 연주대 발 딛으면 호암산 딱 두 번 묵은 길따라 산 속으로 가봤네 삼십 년 기대 산 산모퉁이 오르면 젊은 날 반지하방 취해 걷던 술집 골목 저 아래 생채기처럼 꿈틀꿈틀 보이네 詩舍廊/時調 2018.02.14
수국 수국 봄꽃 다 져도 너 혼자 빛나던 날 있었다 온 우주서 쏟아지던 별빛 별빛 총총히 맺혀 단아한 어깨 사이로 한 세상을 피웠는데 하룻 밤 어두움이 무슨 짓을 하였는지 꽃치레 다 떨구고 고개 숙여 울고 있네 어제가 빛나게 말라 참 서러운 네 꽃대 20170515 詩舍廊/時調 2017.05.15
키 작은 소나무 키 작은 소나무 굴참나무 서슬에 주눅 든 목숨 한 그루 사는 게 온통 그늘이다 길게 버티긴 힘들겠어 부름켜 쥐어 짜내어 솔방울을 밀어낸다 햇살은 노곤한데 바람은 천방지축 그늘 한 뼘 밀어내며 가지를 턴다 온 몸을 턴다 쏴아아 흐르는 목숨 남은 생을 쏟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소.. 詩舍廊/時調 2017.05.04
호암산 호암산 가슴에 불 한 덩이 삼키고 웅크렸다 한 낮에도 컴컴한 독경 속의 두려움 길 따라 피를 흘려도 꽂힌 창은 그대로 정수리 물 한 모금 눈 적시며 바라본다 노기는 긴 그늘로 발아래를 흐르는데 겁 먹은 관세음보살 오백년을 빌고 빈다 20170412 詩舍廊/時調 2017.04.12
모든 곳은 모든 것 모든 곳은 모든 것 미남리 문드러진 공동묘지 사이로 할머니 산소 찾아 올라가는 무심 길 두꺼비 가로지른다 어, 뒷발에 아버지가 마비정 익지 못한 낙동강 거슬러 미운 큰엄마 사십구제 가는 진 길 바스락 밟히는 개암 아, 귓가에 아버지가 누덕누덕 삼거리 골목 끝 휘돌면 남은 삼촌 쇳.. 詩舍廊/時調 2017.03.25
黃氏喪家 黃氏喪家 떠나는 어른에게 인사하러 가는 길 삼 십 오년 안부가 부음에 매달렸다 어쩌면 더 큰 인연이 됐을 수도 있는데 일남사녀 하나는 친구 나머지는 동생들 그 중에 특별한 하나 스물 몇에 끊긴 길 마음 속 가지 못한 길 선명해서 슬픈 길 아마도 그 자리엔 내 젊음이 있을 터 반고개 .. 詩舍廊/時調 2016.12.01
과녁 과녁 한 평생 버티며 그 많은 살 다 받았다 그저 거기 있었을뿐 적의 한 점 없었는데 명중은 하도 드물어 산발로만 꽂힌 통증 억새 숲 언덕 위로 먼 산 보는 기억마다 목숨의 출입 자국 온 몸 가득 생채기만 기우뚱 흔들린 세월 청홍 얼굴 비스듬히 바람 몇 점 스치다 아문 상처 들추면 고.. 詩舍廊/時調 2016.11.24
路祭 路祭 일주일에 한 두번씩 목숨 받는 길 어깨 여기 아닌 저기로 달려가던 의지 하나 불의의 속도가 덮쳐 멈춰버린 그 발길 운명의 파노라마는 그에게도 펼쳐졌을까 어미나 사랑이나 추억 같은 것들이 꽃대만 남은 계절 끝 굳게 누운 저 생명 20161102 詩舍廊/時調 201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