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冬風景 立冬風景 서리 맞아 시드는 늙은 국화 한 다발 샛강을 가로지르는 지친 오리 몇 무리 하늘은 쉬 어두워져 몇 방울 비 뿌리고 언덕 위로 날리는 마른 잎 무더기들 구석구석 들추는 식은 바람 몇 줄기 산 어깨 다 젖고나면 고개 넘어 오려나 20161107 / 한국시조문학 2018 겨울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8.01.01
테트라포트 테트라포트 파도가 찢어진다 가쁜 숨을 뱉으며 만 가닥 길을 만드는 만 가닥 콘크리트 길 잃은 모든 것들이 부숴지는 저 아래 20170731 / 한국시조문학 2018 겨울호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7.07.31
낭창한 힘 낭창한 힘 병아리를 잡듯 힘을 빼고 쥐어야 합니다 목숨이 굳거든요 끄트머리를 느껴야해요 몇 번 흔들어보면 멀리서 오는 표정을 볼 수 있어요 휘청휘청한 얼굴 보이시죠 그때 들어올리시면 되요 여전히 손에는 병아리를 쥐고서요 뒤가 가라앉는 느낌 있나요 곧 떨어질 듯 다시 솟아오..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7.05.04
눈물이 나요 눈물이 나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요 웃다가도 눈물이 나요 가만 누워있어도 눈물이 나요 샘물처럼 눈물이 나요 눈이 말라 눈물이 나요 한 삼 년전부터 눈물이 나요 눈물샘이 막히면 눈물이 나요 샘이 막혔는데 눈물이 나요 눈 아래 길로 눈물이 나요 샘 속으로 흐르는 눈물이 나요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7.05.04
돌아간다는 일 돌아간다는 일 꽃도 덜 피었는데 해가 진다 돌아갈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언덕 위에 섰다 저 아래 산판길을 지나면 늘 불행한 목련 한 그루 기다릴 것인가 두려울 것인가 돌아보면 언제나 목말랐던 엇 자란 가지 둘 제각기 꽃 피우고 제각기 잎 떨구었지만 마주보고 서러울뿐 문 열고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7.04.08
탈춤 탈춤 돌아보면 한 평생 거짓 쓰고 춤췄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아서 몇 마당 펼쳐놓으니 장바닥도 비좁다 20170320 / 한국시조문학 2017 가을호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7.03.20
나무 나무 출근길 서부간선도로 지나 자유로를 달릴 때 언제나 오른편에 선 나무들 있다 플라타너스 1,2,3,4,5,6.... 수양버들 1,2 벗나무 1,2,3,4.......... 개나리 1,2........................ 회양목 1,2.................................... 이름 모르는 나무 1,2.............................................................. 오늘 지나..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7.01.03
眉間 眉間 눈을 감고 문을 열면 쏟아지는 나 아닌 나 눈을 뜨고 바라보면 사라지는 나 아닌 나 가운데 똑바로 선 이 나일 수도 아닐 수도 어디서 오는 지도 어디로 가는 지도 알 수 없는 교차로 스치는 눈동자 하나 모질게 따라가보면 우뚝 서는 빈 마음 삼라가 모여드는 손톱만한 우주여 수 많..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12.15
하조대(河趙臺) 하조대(河趙臺) 언덕 넘어 빈 마음을 버리러 갔을 때 모래 섞인 바람 한 줌 슬쩍 마중 나왔다 머리채 흔들어 대며 어서 오라 어서 오라 다가오다 부숴지고 엎드려 물러서던 그러나 손 내밀어 움켜잡던 그대여 기억이 쌓인 사구 위 전봇대들 긴 행렬 경계마저 슬프게 아름답던 오후 시간 우..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12.13
거울의 방 거울의 방 모두가 나를 보고 있어 모든 것이 나를 비추고 있어 나의 옆과 나의 앞과 나의 뒤와 나의 속은 뒤집히고 반사되면서 모두에게 모든 것은 해석되고 있는 중이 야 여기서 나를 감출 방법은 도무지 없어 평가는 늘 혹독하지 잘 저며진 결함들은 그들끼리 공유한다고 봐 답안지를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