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라면 쉰 넘어 슬픈 일 하나 아무 것도 맛이 없어진 그대 라면 늦은 아침 해장도 배고프지 않은 야식도 대책없는 끼니로도 이제는 심드렁해져 버린 처지 라면 그 집요한 꼬부랑과 함께 생이 불어터져 모든 것이 다 싱겁고 청양도 맵지 않은 무딘 혓바닥이 라면 밋밋한 국물을 들이키다 개..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11.08
과녁 과녁 한 평생 옮겨다니며 그 많은 살들 온 몸으로 다 받았다 그저 그 곳에 놓여졌을뿐 어떤 적의도 없었는데 명중은 드물어 고통은 늘 산발로 꽂혔다 온 몸 가득한 목숨의 출입 자국들 이제는 늙어 잡풀 우거진 언덕 위 청홍 빛깔도 바랜채 기우뚱 흔들리는데 모진 바람 몇 아직 불어 아문..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10.23
가시 가시 갈치를 바르며 자분자분 당신은 기억을 캔다 등지느러미에 촘촘히 박힌 참빗같은 아픔들 이제는 바싹 구어져 핏빛마저 고소한데 설움은 여전히 날카롭다 접시 한 켠에 쌓이는 은 빛 아픔들 그들은 나를 비스듬히 바라봤고 그는 돌아서서 웃었어 하얀 이밥 위로 미운 한 토막을 얹어..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09.19
분꽃 1 분꽃 1 해 질녘 피곤한 독산동 턱 턱 꺾인 언덕배기 하나 둘 플라스틱 꽃이 핀다 붉은 나비들 비틀 내려 앉을 곳 하늘색 분홍색 노란색 꽃대를 펼치며 불 밝힌 나무들 어깨 내려 어두워지는 시간 웃음을 칠하고 듬성 듬성 비닐 꽃잎을 연다 흘러들어온 까만 목숨들 어둠이 묵은 상처를 덧..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08.02
태엽 태엽 엄지와 검지로 밥을 먹이면 허겁지겁 감기는 빈 속 조금씩 목 졸리며 탱탱해지는 목숨 조르는 것이 기술이 아니고 푸는 것이 기술이여 한 모금씩 허기를 흘려 몇 바퀴 맴돌거나 또박 또박 시간을 밀어내는 천천히 목숨을 놓는 기술 20160706 / 모던 2016 9월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07.06
탕진의 기억 탕진의 기억 돌아보면 그 것은 뿌리가 채 뻗기 전에 꽃을 피웠던 기억이다 땅은 척박했고 비는 늘 멀리 있었다 옅은 바람으로 쏟아지던 조바심들에 마른 손끝이 찔려 밤새워 꽃을 피웠던 기억이다 주변은 온통 키 큰 나무들 바닥은 먼지 뒤집어 쓴 잡초들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들어 붉은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05.12
양말을 빨며 양말을 빨며 낮 동안 닳은 얼굴을 비누칠로 지우니 어제가 빙긋 웃는다 세면대 안으로 천천히 가라 앉는 긴 가면 양말을 벗기자 쏟아지는 납작한 종일 여전히 욱신한 발목이 홀랑 뒤집힌다 꼬르르르 한 겹 얼굴이 빠져나가는 소리 짜부라진 하루는 쉬 젖지 못한다 목을 조르고 머리를 쳐..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03.13
목욕탕 목욕탕 대한 저물녘 냉장고에서 막 꺼낸 고기들 껍질 벗기고 한 그릇에 담겨 목하 토렴 중이다 양념 치솟는 거품을 사이에 두고 주름 마다 솟구친 불콰함으로 하~ 입 벌린 하나 늘어진 오금에 힘주느라 옴~ 입 다문 하나 한 때는 북풍한설 헤치고 달렸을 알맹이들 세월에 녹아 다 빠진 껍..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01.25
성에 성에 설익은 구공탄이 목을 찌르는 좁고 긴 술집 목로 위 꼬리부터 타오르는 양미리 두 마리를 꼬나보며 우리는 그날 저녁 무슨 말을 했던가 두 주머니 털어도 이천 원 소주는 한 병밖에 마실 수 없어 양미리는 한 마리만 팔면 좋겠다고 마음이 말했던 기억은 있다 간장 고추 몇 점 양미리..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6.01.14
왼쪽 이야기 - 왼손 약지 왼쪽 이야기 - 斷指 처음엔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두 번째는 조직을 나오기 위해 한 마디 씩 잘라야 했지 라고 했어 무서워 하더군 하나는 당구 브릿지가 낮아지는 것 또 하나는 세수하다 콧구멍을 찌르는 것 두 마디가 짧아 불편한 것들이야 라고 했지 우스워 하더군 이만하면 어릴 적 잘..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