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달력 시간을 잔뜩 껴입고 동그랗게 말렸던 한 해 뒤집어 애써 펼쳐 걸었던 어제 있었다 한사코 다시 말리던 인두껍의 긴 한 해 벗겨지고 찟기고 남은 시간들 꼬투리 남루한 기억들은 어디를 날고 있을까 혼자서 속곳 가리는 달랑 한 장 십 이월 2014. 11. 25 / 2015 모던포엠 1월호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4.11.25
리셋(Re-Set) 리셋(Re-Set) 1. 달력을 넘기면 한 달은 또 다행히 지난다 절반 정도 두께의 부채는 그림자로 한 켜 쌓이고 이왕 하는 통사정은 크게 해야 한다는 깨달 음은 타다 남은 재 같은 것 달콤한 약속은 취한 채 이월 중 잊혀지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조바심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 손끝을 슬쩍 밀어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4.11.05
높이와 거리 높이와 거리 모두가 바람 부는 벌판에 서있었다 처음엔 도무지 그칠 수 없는 바람도 있어 모두는 제각기 쓸려가는 방향대로 흐르다 멈추다 눈 맞은 언덕 위로 쌓이다 쌓이다 어느 날 까마득 발끝 아래로 비린 강을 파고 돌아서 빈 하늘 바라보며 퍼붓는 저주 깊이 흐른다 우리는 절대 물..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4.09.01
가까움의 거리 가까움의 거리 지나가는 팔월은 가까운 것들로 채워졌다 참 오랜 만에 떠난 아내와의 여행 바다를 비껴 흐르고 호사스런 끼니를 누리며 알뜰하게 느낀 어색함 시간은 참 더디 흘렀다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 주렁 매단 닿은 맨 몸 사이의 거리 삼십일년 전 떠난 아버지를 만나는 묘혈의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4.08.27
슬픔 슬픔 한 뼘 화단 키 큰 고추 한 포기 영문없이 떠나고 있다 해는 비껴 섰는데 모든 얼굴 세로로 접고 묵묵 줄기에 감긴다 몇 번이고 흠씬 물 주어도 자라다 만 고추 몇 알 어쩔줄 모르는 꽃 몇 송이 고개 접어 외면하는 목숨 시나브로 잎은 마르고 줄기도 마르리라 왜그러니 물어도 고개만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4.06.27
春夢 春夢 밤의 솔기가 풀릴 무렵이었을까 낡은 꿈을 꾼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설 아는 사람들이 엮여 어둠이 가라 앉은 막걸리를 마신다 근자에 자주 출몰하던 낡은 자동차는 제멋대로 흔들리더니 담벼락을 들이 받는다 도무지 수리를 맡긴 카센터를 찾을 수 없다 문득 어느 산 기슭 보리..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4.03.26
어떤 沈降 어떤 沈降 오늘도 눈 감은 제단에서 몇 푼을 훔쳐 어느 거리에서 어떻게 퍼질지 알 수 없는 차를 몰고 침체로 들어간다 코트 깃을 올리며 흘깃 바라보는 현실 눈가는 얼었다 얼굴을 가린 책을 펼치고 자격을 공부한다 1.6배속의 무자격으로 떠드는 강사의 밥벌이는 모서리가 닳았다 한 달..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4.01.15
이미지 140109 이미지 140109 환하게 식은 오층 그리고 칠층 건물 사이 빛나는 오후 오랫 동안 날개를 펼친 비둘기 한 마리 둥근 월계수 잎 퍼렇게 질린 하늘 비집고 돋은 살얼음 낀 반달 한 조각 시간을 찌르며 버티는 마른 은행 가지 끝에 찢긴 바람 누군가 뱉어놓은 얼어붙은 어제 한 무더기 그 맨질거..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4.01.09
무반주 첼로 무반주 첼로 그냥 흐르지 말고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슬픔보다 슬퍼해야 하는 의무가 더 슬픈 법이지요 이런 곳에서 웃을 수는 없지요 비장한 예의를 위해 나는 오래 당신 대신 웁니다 슬픔에도 곡조가 있답니다 대신 높낮이가 유난하진 않지요 낮은 어깨를 서로 짚으며 고개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10.18
벽 벽 한 걸음 마다 등 뒤로 더해지는 한 벽 고개 돌릴 틈도 없는 촉박 누추한 그림자는 일어서지 못한다 바짝 붙은 시간들을 겹쳐 두께로 선 벽은 어떤 완고를 쌓았을까 무릎을 찍고 남은 뒷걸음을 딛을 때 몰려오는 떠밀림 굳은 반성의 무게, 벽 치명적인 적은 네 뒤 흔적의 그늘에 숨어 있..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