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당연필 사는게 유난히 힘들 때나 저 앞에 일렁이는 죽음이 괜스레 기웃거릴 때는 하늘을 봅니다. 언제부터 그랬는 지는 묘연합니다. 하늘도 훤한 대낮은 그렇고 별 한 점 없는 밤하늘이 적당합니다. 가늠할 수 없는 허공 지금도 넓어지고 있다는 저 궁륭은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무한 미분합니다. 모자란 생활비나 정의 같은 것들 먼지보다 작은 내 속 있지도 않은 것이 됩니다. 마음 속에는 어릴적 몽당연필 하나 있습니다. 검지 손가락만한 길이 뾰족한 검은 심처럼 나는 느닷없이 왔고 뭉게진 지우개끝처럼 또 갈 것입니다. 짧은 주제에 더 닳고 있으니 인생은 딱 그만큼입니다. 무한광대 침묵의 하늘을 보고 가슴속 몽당연필 남은 길이 가늠해보면 사는 일 요절복통은 어디가고 없습니다. 22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