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봄날 옛집에 가다(이상국) 봄날 옛집에 가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2005/창비) 봄날 옛집에 갔지요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머위 이파리만한 생을 펼쳐들고 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며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2.11
열애 / 신달자 熱愛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1.28
[스크랩] 눈물 / 서정윤 눈물 / 서정윤 아직도 가슴에 거짓을 숨기고 있습니다 늘상 진실을 생각하는 척하며 바로 사는 것으로 행동하지만 나만은 그 거짓을 알고 있습니다 나조차 싫어지는 나의 얼굴 아니 어쩌면 싫어하는 척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내속에 있는 인간적, 인간적이란 말로서 인간적이지 못한 것까지 용..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1.28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 한용운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1.27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울며 다시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1.27
풀 / 남궁벽 풀 여름 풀 이슬에 젖은 너를 지금 내가 맨발로 삽붓삽붓 밟는다 여인의 입술에 입맞추는 마음으로 참으로 너는 땅의 입술이 아니녀? 그러나 네가 이것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 내가 죽으면 흙이 되마 그래서 네 뿌리 밑에 가서 너를 북돋아 주마꾸나 그래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1.27
[스크랩]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1.26
[스크랩] 귀촉도(歸蜀途)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1.20
[스크랩] 바위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1.20
[스크랩] 신 록 / 서정주 신 록 / 서정주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0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