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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생일

봄의 생일 - 봄의 생일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다. 우리 집 용어를 빌리면 봄 생일이다. 음력 3월 7일. 좋은 봄날에 태어났다. 아내는 생일이 또 한번 있다. 양력 11월 7일. 주민등록상 생일이다. 나와 결혼한 이래 공식적인 생일로 챙기는 날이다. 비정상에는 늘 사연이 있다. 멀쩡히 국립대 상대를 나와 대기업에 턱하니 입사를 한 잘난 아들이 어느날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 맏딸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경악했다. 그러나 자식을 이길 재주는 없고 결혼을 시킨 후 어머니의 뒤끝은 매섭고 오래 갔다. 나는 9월이 생일이다. 마뜩치 않은 며느리가 아들하고 동갑인 것도 싫은데 생일도 더 빠르다. 마침 그 며느리 주민등록 생일이 11월이다. 앞으로 네 생일은 11월로 해라. 남편 ..

안양보청기, 어머니의 난청과 보청기, 그 가슴 아픈 거리

어머니의 마음에는 언제나 당신은 없습니다. 식목일 아침입니다.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사월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으로 분주하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활짝 핀 개나리 울타리 맞은편에 곧 꽃을 터트리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 벚나무들이 언뜻언뜻 분홍빛을 머금고 있더군요. 아마 주말이면 꽃 세상이 열릴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이주 전쯤 여든 중반의 노모를 모시고 온 아들이 있었습니다.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5년만에 귀국을 해서 어머니를 찾았는데 그새 어머니가 더 쇠약해지셨고 귀도 잘 안 들리는 것 같아 보청기를 해드리고 싶다고 오신 분이었습니다. ​ 어머니는 양쪽 귀가 모두 중고도 난청의 상태였습니다. 신중한 아들이 혹시 어머니가 보청..

사다리 경제학

사다리 경제학 한때는 집집마다 사다리가 있었다. 지붕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뒤란에서 들고 와 세웠다. 높이가 모자라면 장대와 각목을 덧대면 더 올라갈 수 있었다. 누구나 올라갈 수 있었다. 요즘은 A자 모양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높이가 모자라면 펼쳐 두 배를 만들어 이층에도 올라갈 수 있다. 집에는 없고 사람을 사면 사다리도 따라온다. 올라가는 일에도 돈을 줘야한다. 아무나 올라갈 수는 없다. 지붕에 올라간 사람들이 사다리를 치워 버리기도 한다. 다시는 내려갈 일 없노라 절대로 올라올 수 없노라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저 올려다볼 뿐 그 위에서 뭔 일이 있는 지 알 수도 없다. 아무도 올라갈 수가 없다. 높은 곳은 높은 이들의 소유다. 사다리는 이제 떡볶이 값 치를 사람 정할 때만 필요하다. 220404 수정

안양보청기, 청신경 손상으로 찾아오는 노인성난청, 보청기 외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청신경 손상으로 찾아오는 #노인성난청, 보청기 외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봄꽃들이 드디어 터졌습니다. 노란 개나리, 벚꽃이 출근 길가에 화사합니다. 날씨는 이렇게 화창한데 정작 제 컨디션은 별로입니다. 어제 이런 저런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내와 과음을 한 탓입니다. 일요일 저녁 과음은 정말 피해야 하는데 가끔 이렇게 객기를 부리곤 힘들어 합니다. 사는 일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질 않으니 이 또한 삶이겠지요. ​ 지난 주말에는 오래 벼르기만 하던 운동을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 당뇨도 조금 있고, 체지방은 과다, 근육량은 절대 부족으로 나왔습니다. 지방을 10kg 빼고 근육을 7kg 늘려야 한다는 군요. 가능할까 싶지만 하는 데까지 해봐야 겠지요. 더 나이 먹어 운신이 힘들어지면 자식들에게 얼마..

사과

. 안녕을 위해 내키지 않는 사과를 했다. 좋은 분의 불편을 덜어드리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세요? 김재덕입니다. 우선 죄송하단 말부터 드립니다. 지난 열흘 이리저리 생각을 해봤지만 저간의 사정과 관계없이 제 표현들이 많이 무례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말투가 있듯 글에도 글의 투가 있을텐데 그 투가 제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발끈했습니다. 그게 국장님 스타일의 유머일 수도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입장을 바꿔 국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호의의 표현을 삐딱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의 옹졸함이 막말을 확대 재생산했던 건 부인할 수 없고 그로 인해 마음을 상하게 해드려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선을 넘으셨다 하셨으니 다시 돌이키기는 쉬지 않겠지만 사과는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2021년 10월 ~

. 2021년 10/1 실업자 첫날. 추석이다. 어머니 돌아가신지 일 주일이다. 아직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할 일도 없다. 그저 불쑥불쑥 돋는 서러움 같은 것만 목구멍속으로 우겨넣기에 급급하다. 10/2 동생도, 아이들도 다 제 집으로 돌아가고 아내와 둘이 비빔냉면과 갈비탕을 사먹었다. 신호 위반 딱지를 뗐고 낮잠을 자지 않으려 애쓴다. 실업자에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아내와 개인택시 차량을 새것으로 살것인지 중고로 살것인지 의논했다. 새차를 사라한다. 평생 한번쯤은 새차를 탈 자격은 있다 말한다. 과연 그런가? 10/5 어머니는 법적으로 세상에서 말소되었다. 주민등록이 지워지고 호적은 여백이 되었다. 어머니 이름으로 진 빚을 갚았다. 어머니 이름으로 된 돈들은 법이 아직 인출을..

화환

. 화환 얼마전 서초동 대검청사앞에 윤석렬총장을 응원하는 화환 수백개가 늘어서 진풍경을 이뤘다는 뉴스를 봤다. 애국자들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꽃다발의 장사진을 차렸다니 가히 훌륭한 나라다. 花環. 꽃으로 만든 큰 가락지. 무슨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나 슬픔을 위로하는 자리에 가면 들어서는 길목에 죽 늘어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진심 여부와는 관계없이 당사자의 위세 정도에 따라 헌상하는 이들의 숫자가 결정되고, 따라서 길이나 규모로 세도를 가늠하기도 하는 성공의 척도, 화환. 최근에는 업자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주문은 전국 각지에서 해도 제작과 배달은 도착지와 가장 가까운, 화원도 아닌 조립 공장 같은 곳에서 일괄 제작되다보니 한 곳에 늘어선 화환 수십 개가 다 똑같은 꽃, 똑같은 리본, 똑같은 ..

지난 시간의 메모

. 메모장에 이런 글이 남아있다. 지금 나는 이미 환갑인데. 얼마전 만 58년의 삶을 꽉 채운 생일이 지났다. 우리 나이로 치면 내년이면 예순이 된다. 60세, 상상도 못했던 세상이 내 앞에 오는 것이다. 환갑, 영감, 할배, 뒷방, 퇴물, 은퇴, 뭐 이런 단어가 앞으로 두 달 뒤에 나를 자연스럽게 수식하게 되겠지. 아니다, 나는 아직 아니다 하고 외쳐도, 실제 조금 성급할 지라도 장강의 뒷물은 어쩔 수없이 나를 떠밀 것이다.

물과 꿈 / 바슐라르

. 바슐라르 다시 읽기 두번째, 물과 꿈. 그렇지 않아도 읽어내기 쉽지 않은 바슐라르를 40년전 번역된 책으로 읽는 건 고통스러웠다. 몇번이고 최근에 이학사에서 새로 번역되어 나온 책으로 갈아타고 싶었으나 '불의 정신분석'을 읽은 탄력으로 버티며 읽었다. 결론은 다른 번역으로 다시 한번 읽자는 다짐이 되었지만, 그 또한 비교치가 필요하므로 참고 읽은 건 잘했다 싶다. 철들기 전부터 나는 잠드는 일이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일이었다. 이부자리에 모로 누워 미지의 바다로 출렁이며 나서는 동안 스르르 잠들곤 했던 일은 불과 10년전까지도 이어졌으니 내 꿈은 바다 한가운데서 꾸어졌다고 해도 될 것이다. 바다, 그리고 물. 인간의 근원적인 출발점 또는 안식처의 이미지. 부드럽게 흐르고 모든 것을 감싸지만 스스로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