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223

6번 버스

. 6번 버스를 타면 반고개 지나 대영학원 지나 상서여상 지나 서문시장 지나 반월당 지나 명덕로터리 지나 영대앞 지나 봉산동 지나 파동까지 갈 수 있었다 대부분 대신동이나 대명동 앞산 밑에서 내릴 일이 많았지만 공연히 외로운 날에는 내처 파동 종점까지 가곤 했었다 그땐 버스에서도 담배를 폈었고 재털이도 있었다 여름날 창문을 있는 대로 열어도 버스안은 뜨거웠다 그저 창밖으로 덜컹덜컹 지나가는 봉덕상회 삼성복덕방 간판이나 정화여고 여학생 흰색 칼라나 보든가 대책없이 붙은 똥개 따위나 보며 내가 지금 뭐 하는 지 어디로 가는 지도 잊은 채 그렇게 가곤 했었다. 지금 나는 사당동 가는 5413 버스 안에서 그 파동 가던 날을 덜컹덜컹 생각하는데 저 앞 낙성대 모롱이 돌면 꼭 개울물 흐르던 파동 종점이 나올 것 ..

어버이날, 부모님에게 잃어버리신 소리를 선물하세요.

어버이날, 부모님에게 잃어버리신 소리를 선물하세요. ​ 4월도 이제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습니다. 낮에는 제법 더워 곧 반팔을 입을 때가 올 것 같습니다. ​ 어제는 저희 부부 결혼 기념일이었고 오늘은 장모님 생신입니다. 제 장모님은 허리를 다쳐 요양병원에 계신 지 제법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직 다른 큰 병은 없으신 데 운신을 못하십니다. 수년 동안 요양병원 침대에 혼자 누워 지내시는 일을 멀리서 보는 일은 무척 괴롭습니다. 사위인 제가 그럴 진 데 딸인 아내 심정을 오죽할까 싶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펜더믹으로 자식들 면회조차 쉽지 않았으니 얼마나 외롭고 당황스러웠을까요. ​ 다음 주말이 어버이날입니다. 우리를 낳고 키워 주신 부모님에게 그날 하루 만이라도 은혜에 감사하는 날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저는..

플라스틱 美人

플라스틱 美人 당당하게 초라한 나 불안하게 당당한 너 오차 없는 승강기는 수정되지 않은 오답 수정된 정답을 섞어 차곡차곡 쏟는다 절개된 어제들이 보기 좋게 지워졌지만 활짝 웃는 너의 표정은 여전히 미심쩍다 가려진 침대 위에서 부끄럽게 나온 탓인가 너의 새로운 태초를 도무지 알 순 없다 조금씩 다듬어져 왔는 지도 모를 일 어색한 미소를 꿰고 이제 너는 누구인가 조각난 거울들이 똑같이 빛나는 동안 원본은 진화했고 그만큼 나는 퇴화했다 압구정 뒷골목에는 버려진 얼굴 가득하고 - 2022 한국시조문학 여름호 25호

안양보청기, 보청기 일단 써 보시고 안되면 반품도 가능합니다.

보청기, 써 보시고 안되면 반품도 가능합니다. ^^ 사월도 이제 한 주 남았네요. 벚꽃 진 거리에 하얀 이팝니무들이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고 철쭉과 연산홍이 화단에 활짝 피어서 여전히 눈은 호강입니다. 한 보름쯤 뒤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차례로 있는 가정의 달 오월이네요. 저희 집은 3월부터 5월까지 가족 행사가 많습니다. 3월 중순 큰 딸 생일, 그 며칠 뒤엔 아내의 생일, 그리고 4월말에는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도 있고 5월초에는 둘째 딸 생일과 어버이날이 차례로 있습니다. 늘 봄이면 아버지로 남편으로 아들로 이 날들을 지키느라 바쁘고 주머니 사정도 빠듯했습니다. 이제는 이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어버이날은 오롯이 딸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날이 됐는데 떠나신 어머니 생각이 유난히 나서 좀 슬프..

정오가 온다 / 황규관

. 시집 한 권을 읽으면 시 한편을 독서 후기로 남기곤 한다. 가끔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이 시집이 그렇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세상을 혹독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는 쇳조각들 같다. 자꾸 나를 힐책한다. 그래서 불편하다. 시인은 그러라고 시를 썼을 것이다. 가늠할 수 있는 독서와 사유의 量이 목소리를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닌가? 詩에게서 위로를 우선 구하는 얼치기 독자는 좀 난감하다. 220422

안양보청기, 음성증폭기는 보청기가 아닙니다. 위험한 스피커 입니다.

보청기는 소리를 키워주는 스피커가 아닙니다. 내게 맞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정밀 의료기기입니다. 하룻밤 봄 세상속에서 외박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작은 딸아이 회사에서 직원들 복지차원에서 제공하는 글램핑 추첨에 당첨이 돼서 온 가족이 휴가를 내고 다녀왔습니다. 아내와 딸들은 이틀씩이나 휴가를 내고 먼저 출발을 하고 저는 센터 문을 마냥 닫을 수 없어서 어제 오후까지 일을 하고 늦게 합류했습니다. 바비큐도 구워 먹고 밤하늘 별 구경도 하고 장작불을 피워 남들 다한다는 불멍도 했습니다. 대형 텐트 같은 글램핑은 좀 어설픈 호텔 같은 느낌이더군요.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 ​ 아침 일찍 혼자 일어나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가족들을 두고 서울로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오늘이 주중휴무일이긴 하지만 오전에 해야 할..

난청이 심하세요? 청각장애등급을 받으면 국가지원금으로 보청기를 장만할 수 있습니다.

난청이 심하세요? 청각장애등급을 받으면 국가지원금으로 보청기를 장만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자 농사를 시작할 비가 온다는 곡우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네요. 농사도 그렇고 산천이 많이 건조하다니 저번 울진 삼척 같은 산불 예방을 위해서라도 비가 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 어제는 제 첫 시집이 도착했습니다. 부끄러운 글들이지만 평생을 써온 글들을 한번 결산한다는 의미로 책으로 묶었는데 여전히 민망하기만 합니다. 제일 먼저 아내에게 시집을 건넸습니다. 아무래도 1호 독자는 아내가 되는 게 맞으니까요. 괜히 시 쓴답시고 아내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사과이기도 하구요. 페이스북에다 소식을 전했더니 너무나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