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산
2007. 5. 31
가을 산을 아십니까?
혹시
때 늦은 비라도 내리고 난 후
붉게 젖은 가을 산을 아십니까?
내가 아는
어떤 가을 산은
쉬 붉은 땀을 닦지 못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었고
어느 날은
때 아닌 눈보라 매웠던 적도 있었지만
선뜻
겨울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은
가을 산
세월이 산등성이를 휘돌아
이마 옆
불끈 힘줄이 서늘해져도
겨울이 묻어 오는 비의 부름에
못이기는 척
기꺼이 일어서는 가을 산
젖은 몸짓으로
내일은 다시 열릴 것이고
붉은 가을 산 또한
겨울을 마주보며
붉은 이마 훔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