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택시일을 하면서 생긴 난감한 모습이 있다.
오늘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이렇다.
도서관 들러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이었다.
물론 오늘은 오랜 만에 내 차를 몰고 있었다.
길가에 아주머니 한 분이 물건을 들고 차도쪽으로 몸을 내밀고 있었다. 그 때 이 속물의 본능이 핸들을
그 쪽으로 꺾게 했다. 그러다 아차, 다시 가던 길로 돌렸지만 스스로 실소를 감출 수 없었다.
어느새 핸들만 잡으면 손님을 찾는 루틴이 생긴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좀 슬프다.
본래 생긴 꼬락서니가 사람들과 수더분하게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데 택시일이 어디 그런가? 하루 스물 다섯명(팀이라는게 맞을려나?) 정도의 사람들을 태우는데 모두 모르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맞는 일이 가끔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제가 그랬다. 길가에 손님이 손을 들어도, 근처에서 콜이 떠도 도무지 태우기가 싫었다. 결국 오전에 몇 명만 겨우 태우고 정오를 넘길 무렵 일을 접고 말았다. 물론 전에도 그런 느낌이 든 적은 있었지만 어제는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그 정신 머리로 억지 일을 하다 사고 날 지 모른단 생각까지 들어 그만 둔 것이다.
최근 며칠, 몇 가지 일로 지친 탓이거니 생각한다.
칠 월, 날씨도 오락가락하고 컨디션도 오락가락하니
처음 고비가 왔구나 싶다. 일단 좀 쉬고 이 달은 쉬엄 쉬엄, 농땡이도 좀 쳐가며 페이스를 놓치지 않는데 주력해야하지 싶다.
20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