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택詩人

타자와 묵인

취몽인 2018. 7. 21. 13:35

타자와 묵인

 

택시 회사에 인사 명령 공고문이 붙었다.

직원 8명의 승진 공고다.

 

내가 속한 회사의 택시 기사는 100 여명. 형식적으로는 일부 스페어 기사 등을 제외하곤

모두 근로계약을 체결한,

4대 보험 혜택을 받는 계약직 사원이다.

하지만 본인이 회사의 직원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몇 몇 어용(?) 노조 간부 정도는 그렇게 생각할까?

결국 사장, 전무, 부장 4명, 과장 2 정도의 관리직만

제대로 된 회사의 직원인 셈인데,

그들끼리의 승진인사 공고를 기사들 게시판에

떡하니 붙여둔 걸 보니 마음이 좀 불편하다.

배차실 아무개 과장이 부장으로 승진 했으니 알아서 모셔라 뭐 이런 의중인가? ㅎㅎ

 

각설하고,

요즘 한참 말이 많은 최저임금 이야기 잠깐.

택시 기사의 정식 월 급여는 한 달 26일 기준 만근을

하면 세전 140만원 정도인 것 같다. (나는 아직 1년 미만이라 130 조금 못됨)

하루 근무 시간 12시간, 26일 근무하면 월 312시간.

단순 계산으로 시급은 4,500원 정도이다.

최저임금의 60%가 못되는 수준.

 

하지만 사납금 내고 초과 운행 수입은 별도고

정부에서 혜택을 주는 부가세 환급금까지 합하면,

기사들의 경력, 열심히 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충 월 수입 총액 평균은 220~250 정도로 보인다.

이 경우 시급을 따져도 최저 임금 수준에는 조금 부족하다.

 

또 한 가지, 사납금 제외 초과 수입은 현금으로 받는다. 물론 그날 벌어 내가 가져가도 그만이고

회사에 냈다가 한 달 모아 받아도 된다.

푼돈 만들지 않으려고 나는 한 달치 모아 받는다.

 

이 돈은 사실 법적으로 모호한 지위를 가진다.

앞에서 택시기사는 4대보험 자격을 가진 회사의

법적 직원이라 했다.

그에 따른 턱없는 시급의 급여를 받는..

그런데 이 초과 운행수입은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

소득으로 잡히지도 않고, 따라서 세금도 안낸다.

부분적인 비과세 자영업인 셈이다.

 

바로 이 부분이 택시 기사가 회사에 소속감을 갖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승진 인사 공고를 보고

코웃음을 치는.. ㅎㅎ

 

나는 택시 기사의 수입 구조가 이렇게 변칙적으로

된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마 여러가지 궁여지책들이 쌓여 이리 됐으리라

그저 짐작만 할 뿐.

 

어쨌든, 현재 나는 정부가 보장하는

최저임금 하한선 아래에서 돈을 벌며

계급 피라미드 바닥을 공고히 떠받치고 있다.

 

이번에 승진한 전무, 부장, 과장들의

시급은 얼마인지 궁금하다.

 

 

1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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