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택詩人

슬픈 2/4박자

취몽인 2018. 7. 11. 07:40

에피소드 180710

 

슬픈 2/4박자

 

밤새 쏟아지다 흩뿌리다

2/4박자 장마비가 내렸다.

 

새벽 네 시,

온 몸이 비에 젖은 듯 무거워

대충 마무리 하자 맘 먹고

낯익은 동네 횡단보도 옆에서 잠시 쉬는 중.

막 불이 꺼진 노래방 입구에

삼십대쯤의 여자 둘

빈 택시를 한참 바라 보더니

한 여자가 먼저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 쓰곤

빗속을 총총 걸어 갔다.

살이 터져 절반은 뒤집어진 우산을 쓴 다른 여자,

빗속으로 먼저 간 친구(?)를 따라 간다.

유난히 높은 힐로 비척이며.

 

몇 분 뒤 충전소로 가려고 핸들을 트는데

한참 앞 길가에 손님 하나가 미적인다.

앞으로 차를 대니 아까의 하이힐 여자다.

취하고 지친 목소리로 목적지를 말하고

차가 출발하자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택시 탔는데 만원만 계좌로 보내줘.'

잘 안되는 모양이다.

속절없이 차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돈이 없는데 계좌번호를 주심 내일 입금할게요.'

그러시라고, 계좌번호를 메모해줬다.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면 입금할 때 전화하겠다 한다.

자기 전화번호도 가르쳐 주겠다고.

괜찮다 그랬다. 그냥 택시비나 보내시라고..

문을 닫고 한참 비를 맞으며 선 그녀를 두고

마감길에 올랐다.

 

이 새벽에 노래방 문을 닫고 나서는,

단돈 만 원도 없는 저 여인의 삶은 도대체 뭔가?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젖은 바닥으로 내몰았을까?

잠시 멎었던 비가 또 쏟아졌다.

찢어진 우산을 쓰고 하이힐을 신고

그녀는 어느 슬픔 속으로 들어갔을까?

 

쏟아지는 빗 속에서도

아침은 염치 없이 조금씩 밝아온다.

까닭없는 슬픔을 비웃으며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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