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80710
슬픈 2/4박자
밤새 쏟아지다 흩뿌리다
2/4박자 장마비가 내렸다.
새벽 네 시,
온 몸이 비에 젖은 듯 무거워
대충 마무리 하자 맘 먹고
낯익은 동네 횡단보도 옆에서 잠시 쉬는 중.
막 불이 꺼진 노래방 입구에
삼십대쯤의 여자 둘
빈 택시를 한참 바라 보더니
한 여자가 먼저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 쓰곤
빗속을 총총 걸어 갔다.
살이 터져 절반은 뒤집어진 우산을 쓴 다른 여자,
빗속으로 먼저 간 친구(?)를 따라 간다.
유난히 높은 힐로 비척이며.
몇 분 뒤 충전소로 가려고 핸들을 트는데
한참 앞 길가에 손님 하나가 미적인다.
앞으로 차를 대니 아까의 하이힐 여자다.
취하고 지친 목소리로 목적지를 말하고
차가 출발하자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택시 탔는데 만원만 계좌로 보내줘.'
잘 안되는 모양이다.
속절없이 차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돈이 없는데 계좌번호를 주심 내일 입금할게요.'
그러시라고, 계좌번호를 메모해줬다.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면 입금할 때 전화하겠다 한다.
자기 전화번호도 가르쳐 주겠다고.
괜찮다 그랬다. 그냥 택시비나 보내시라고..
문을 닫고 한참 비를 맞으며 선 그녀를 두고
마감길에 올랐다.
이 새벽에 노래방 문을 닫고 나서는,
단돈 만 원도 없는 저 여인의 삶은 도대체 뭔가?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젖은 바닥으로 내몰았을까?
잠시 멎었던 비가 또 쏟아졌다.
찢어진 우산을 쓰고 하이힐을 신고
그녀는 어느 슬픔 속으로 들어갔을까?
쏟아지는 빗 속에서도
아침은 염치 없이 조금씩 밝아온다.
까닭없는 슬픔을 비웃으며
1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