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봄의 정치 / 고영민

취몽인 2019. 9. 16. 17:25

 

이듬시인이 숙제로 내준

김현시인의

'입술을 열면'이란 시집을 읽다

솔직히 말해

지쳐서, 덮고,

4부만 남겨둔 고영민의 시집을

마저 읽었다.

찬물을 들이키듯..

 

내 마음은 이런 곳에 있다.

자꾸 보이지도 않는 곳

기웃거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건 또 왜 이리 쉽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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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육

 

 

눌린 고기 속에

여자가 박혀 있다

우는 아이가 박혀 있다

뺨을 갈기는 손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발과

빼도 박도 못하는 얼굴

임산부와 노약자가 박혀 있다

아무리 떨어지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몸

안내 방송, 짜증스러운 목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와 커터칼

구겨진 넥타이가 박혀 있다

성화 봉송 주자처럼 높이

꽃다발을 든 중년 남자가 박혀 있다

젤리처럼 쫀득한 사각의 고기 속

다급한 목소리

속이 훤히 보이는 가방 하나

떠밀려 끝내 내리지 못한

납작한 어깨가

박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