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시인이 숙제로 내준
김현시인의
'입술을 열면'이란 시집을 읽다
솔직히 말해
지쳐서, 덮고,
4부만 남겨둔 고영민의 시집을
마저 읽었다.
찬물을 들이키듯..
내 마음은 이런 곳에 있다.
자꾸 보이지도 않는 곳
기웃거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건 또 왜 이리 쉽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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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육
눌린 고기 속에
여자가 박혀 있다
우는 아이가 박혀 있다
뺨을 갈기는 손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발과
빼도 박도 못하는 얼굴
임산부와 노약자가 박혀 있다
아무리 떨어지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몸
안내 방송, 짜증스러운 목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와 커터칼
구겨진 넥타이가 박혀 있다
성화 봉송 주자처럼 높이
꽃다발을 든 중년 남자가 박혀 있다
젤리처럼 쫀득한 사각의 고기 속
다급한 목소리
속이 훤히 보이는 가방 하나
떠밀려 끝내 내리지 못한
납작한 어깨가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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