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예쁜 시인들은
오해를 받는다.
상상이 되시는가?
정끝별이란 이름을 가진 시인이
무려 쉰 중반이라는게..
김이듬이란 이름의 시인도...
애너그램.
쉬운 말로 말장난.
말장난도 고수가 하면
맛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시집은 보여준다.
애너그램으로 쓴 시 한 편에는
기발함과 묘한 반전과 엮임의 미학이 있다.
동시에 시집 한 권을 끌고갈
어휘력의 내공까지.
반면
애너그램 놀이에 취하면
시를 놓칠 우려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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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내 숨은
쉼이나 빔에 머뭅니다
섬과 둠에 낸 한 짬의 보름이고
가끔과 어쩜에 낸 한 짬의 그믐입니다
그래야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내 맘은
빰이나 품에 머뭅니다
님과 남과 놈에 깃든 한 뼘의 감금이고
요람과 바람과 범람에 깃든 한 뼘의 채움입니다
그래야 점이고 숨이고 움입니다
꿈만 같은 잠의
흠과 틈에 든 웃음이고
짐과 담과 금에서 멈춘 울음입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두 입술이 맞부딪쳐 머금는 숨이
땀이고 힘이고 참이고
춤만 같은 삶의
몸부림이나 안간힘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