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 정끝별

취몽인 2019. 8. 29. 15:40

 

이름이 예쁜 시인들은

오해를 받는다.

상상이 되시는가?

정끝별이란 이름을 가진 시인이

무려 쉰 중반이라는게..

김이듬이란 이름의 시인도...

 

애너그램.

쉬운 말로 말장난.

말장난도 고수가 하면

맛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시집은 보여준다.

 

애너그램으로 쓴 시 한 편에는

기발함과 묘한 반전과 엮임의 미학이 있다.

동시에 시집 한 권을 끌고갈

어휘력의 내공까지.

 

반면

애너그램 놀이에 취하면

시를 놓칠 우려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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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숨은

쉼이나 빔에 머뭅니다

섬과 둠에 낸 한 짬의 보름이고

가끔과 어쩜에 낸 한 짬의 그믐입니다

 

그래야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내 맘은

빰이나 품에 머뭅니다

님과 남과 놈에 깃든 한 뼘의 감금이고

요람과 바람과 범람에 깃든 한 뼘의 채움입니다

 

그래야 점이고 숨이고 움입니다

 

꿈만 같은 잠의

흠과 틈에 든 웃음이고

짐과 담과 금에서 멈춘 울음입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두 입술이 맞부딪쳐 머금는 숨이

땀이고 힘이고 참이고

 

춤만 같은 삶의

몸부림이나 안간힘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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