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한 책 한 권에
나는 반쯤 설득되고 말았다.
출발은
환유에 대한 열패감에서였다.
파편화된 이미지와 주체로 표현된 시들은
나를 끊임없이 밀어냈고
나는 그 배척의 배후에 환유가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추상화처럼 쉽게 설명되지 않았다.
저자는 내게 근대에 저항하는
미학의 자학적 행태로서 환유를 설명해줬다.
자유를 좇는 주체의 저항이 만든 해체.
그 어쩔 수 없는 반항이 파편을 만들었고
그 속으로 숨고자 했지만
세상에서 멀어져 외면되는 결과를 낳은,
현대의 시와
그 낯 선 얼굴의 표정이 된 환유.
이제는 굳이
그대에게 얼굴을 보여달라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제유를 읽다
환유를 놓은 날
태풍이 다가오는 창밖으로
수 많은 친구들이 몰려와
안부를 재촉한다
창을 두드리고
빗방울을 튀기고
멀리 천둥 소리까지 섞어서
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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