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제유 / 구모룡

취몽인 2019. 9. 5. 14:24

 

손바닥만한 책 한 권에

나는 반쯤 설득되고 말았다.

 

출발은

환유에 대한 열패감에서였다.

파편화된 이미지와 주체로 표현된 시들은

나를 끊임없이 밀어냈고

나는 그 배척의 배후에 환유가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추상화처럼 쉽게 설명되지 않았다.

 

저자는 내게 근대에 저항하는

미학의 자학적 행태로서 환유를 설명해줬다.

자유를 좇는 주체의 저항이 만든 해체.

그 어쩔 수 없는 반항이 파편을 만들었고

그 속으로 숨고자 했지만

세상에서 멀어져 외면되는 결과를 낳은,

현대의 시와

그 낯 선 얼굴의 표정이 된 환유.

 

이제는 굳이

그대에게 얼굴을 보여달라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제유를 읽다

환유를 놓은 날

태풍이 다가오는 창밖으로

수 많은 친구들이 몰려와

안부를 재촉한다

창을 두드리고

빗방울을 튀기고

멀리 천둥 소리까지 섞어서

 

19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