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표류기
재덕에게
그는 아직도
시를 읽는다. 주말이면
차를 타고 나가 누구나 즐긴다는
혓바닥 훈련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자
노안이 기웃거리는 눈을 비비며
말들이 키 재기하는
종이를 뒤적이며 생각의 골목길
어스렁거리듯 뒷짐 지고 산책을 한다.
누구는 배를 타고
물 속에 자신을 넘고 미늘같은 생각으로
한 생을 건져 올렸다
자신의 풍문을 얇게 떠 숨긴다는데
가는 귀를 먹은 세상이 무서워
보청기를 파는 그는
아직도 말들의 사원에 나가
풍경에 걸리는 이야기 듣기 위해
시를 읽는다.
귀에 들리지 않는 생들이
어디서 헤맥고 있는지 궁금함이 무서워
가끔 산책 나갔던 그림자가
아직 발밑에 붙어 있는지
책 표지 아래 점자처럼 숨어 있는
마른 손가락으로
갈비뼈를 문지르며 무덤처럼 조용한
단어들 공동묘지를 돌아
까마득한 우주로 봉화를 올린다
아직 이곳에 사람이 살아
별로 된 우주선을 기다린다고
모르스 부호 같은 신호를
보낸다.
- 박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