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속에는 눈물 속에는 젖지 않는 눈이 있을 리 없지만 유난히 축축한 눈이 있다네요 어젯밤 내린 눈이 그랬답니다 습설이라던가요 무겁게 내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지붕을 내려 앉혔다 세상이 야단입니다 좀 다르긴 하더군요 어둠을 지우며 내리는 모습이 뭔가를 부여안고 내리는 듯 보였습니..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3.27
보이지 않는 얼굴 보이지 않는 얼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손바닥 위에서 네모난 표정이 묻는다 의자 속으로 허리를 묻고 눈앞의 큰 네모를 먼저 담는다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을까 생각 중입니다 엄지를 지켜들며 그녀와 그가 좋아요 정오엔 한강변엘 갔었어요 강물은 여전히 음흉하게 흐르..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3.27
소설과 기억력 그리고 절대적인 것 소설과 기억력 그리고 절대적인 것 최은미의 단편을 읽는다 2003년에 죽은 홍콩배우 리 나는 그를 잘 안다 얼굴은 또록한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리 라는 성이 기억을 가로 막는다 주인공은 시안으로 간다 기억 속에서 그의 동생은 나시리아로 간다 리는 24층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대구..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2.28
그림자 둘 그림자 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상당히 차분하게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완고하게 지울 수 있었어요 내것이 사라진 지는 벌써 오래 전 곁을 넓히며 조금씩 얻고 있는 내일들 끝이 어떻게 될런지는 가늠할 수없어요 사라진 이의 미래란 알수 없음을 넘어 도대체 있기나 한 것일까요 끝에서..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1.28
나무 세 그루 나무 세 그루 세계는 둥근 존재 주위에서는 둥근 것이다 - G. 바슐라르 뿌리가 나무를 키우는 것일까 줄기와 잎이 나무를 키우는 것일까 땅을 소진하는 뿌리 하늘을 응축하는 가지와 잎 나무와 땅이 닿는 지평, 경계는 모호하게 그어져 연속되는 숨소리 땅 속에서 우주를 찾을 수 있다면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1.28
스프링 스프링 한 달 보름 바람 불고 여러 날 찬 비 내리더니 잘린 손가락 끝에서 기어이 두려움이 튀어 오른다 기억처럼 눈부시게 피어나는 것들 하나 둘 덮었던 그림자를 뒤집고 어둠을 틈타 또깍 깍지를 꺽는 소리 잠시 바라 본 분홍 뒤의 집요 활짝 열리는 것은 젖혀진 어제의 어깨 손을 뒤로..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1.04
달팽이 달팽이 달리다 서다 달팽이 뺑뺑이 집 지고 꽉 막힌 저녁의 남태령을 넘는다 앞으로도 구르고 꽁지 빨갛게 옆으로도 구른다 하루 종일 달려도 그저 몇 걸음 또아리로 말리는 등 뒤의 생계 멈춰도 멈출 수 없는 관성 빙글빙글 섞이는 남은 하루 신호는 어김 없고 또 달팽이 달리다 서다 굳..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1.04
세렝게티의 그녀 세렝게티의 그녀 어둑한 세렝게티 철갑의 마라강이 튼튼하게 흘러온다 두 개의 등뼈를 따라 강이 잠시 멈추면 쏟아져 달리기 시작하는 누우떼 각자의 방향으로 적의를 잃은 악어들 스치고 두려움은 덩어리로 뭉쳐 기슭을 오른다 겨울의 등짝을 지나 주머니 깊이 양 손을 찌르고 묵묵히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1.04
미루나무 미루나무 가로로 낮아지는 산 가로로 어는 강 가로로 누운 집들 가로로 눈이 내려 세상은 가로로 쌓이고 가로의 들판에 가로로 뻗은 길 가로로 걸어가는 사람들 가로로 찍히는 발자국 세상은 가로로 흐른다 가로의 세상에 똑바로 미루나무 한 그루 세로로 외로워 말라 너 또한 오래된 가..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1.04
누워있는 문들 누워있는 문들 1. 밟힌 땅떼기 한 줌 혼자 기어 올라와 아무도 보지 않는 하늘을 조용히 보고 있다 생명들은 모두 딱딱한 이야기를 나눈다 바람은 차곡차곡 하얗게 쌓이고 빈 의자 하나 마른 땅 넋두리를 듣고 있다 마주 볼 수 없는 분할들 여기저기 네모난 표정들이 반듯하다 2. 경계를 지..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