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리미널 스마일 서브리미널 스마일 토요일 저녁이면 사람들은 저 혼자 뛰는 착한 메뚜기를 본다 메뚜기의 선악을 말할 사람은 없지만 메뚜기는 착하다 술도 먹지 않고 담배도 피 지 않으며 친절하고 성실하다 라고 보여지는 모습을 천만명이 한꺼번에 보고 또 본다 때로 메뚜기는 뛰기도 하며 착하게 돈..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9.23
중독 1 중독 1.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을 열고 먼저 당신을 찾습니다 깊이 불러 마른 기척을 전하면 가슴 속에서 나오는 그대 그제야 하늘 위로 아침이 솟고 물 한 모금 생각이 납니다 오늘 하루도 시간을 태우며 당신에게 집착하겠지요 이런 내가 참 싫은데 나는 이미 목 매였습니다 어느날 많이..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8.05
나는 밤마다 바다로 떠난다 나는 밤마다 바다로 떠난다 불이 꺼졌다 벽을 밀고 닻을 올리자 나의 배는 작은 선실이 달린 목선 엔진을 끄고 돛을 펼치면 모든 것이 지워진 남쪽으로 키를 고정시키고 떠난다 한번도 어딘가에 도착해본 적 없는 출항과 항해 기항지도 없는목선은 어둠 속을 저혼자 떠가고 나는 선실에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8.05
어떤 안부 어떤 안부 수내동 뒷골목 어린 벗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창으로 떨어지는 수다를 듣는다 며칠전 생일이 지난 남쪽 친구는 늦둥이가 말을 안듣는다 투둑 한숨이고 잠깐 다녀갔지만 결국 얼굴도 못 본 LA 사는 녀석은 주르르 미안해 한다 목이 아픈 아내는 유리에 매달려 띄엄띄엄 적어나가..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7.23
추산 추산 한 걸음 아니면 한 걸음 반 그 곳은 아직 닿지 않은 곳 지금 일어서면 당장 지나온 곳이 될 사이를 두고 걸을 수 밖에 없는 곳 발 뻗으면 견딜 수 없으리 그 곳은 바싹 마른 늪 한 걸음 아니면 한 걸음 반 2013. 07. 12 초고 / 2013. 7. 16 수정 / 모던포엠 2013년 9월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7.12
回生 回生 그대의 삶을 오래 모아두었다가 이제 돌려 드립니다 텅빈 그 것들은 참 무거웠습니다 딱히 행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깊게 새겨진 그림자 또한 만만찮으니까요 2013.05.15 / 모던포엠 7월호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6.28
다시 아름다움을 찾아서 다시 아름다움을 찾아서 봄은 언제나 좁은 사이 틈을 비집고 먼산은 서둘러 연두로 초록으로 작은 잎 얼굴 하나 가슴을 뛰게 하던 시절 비집기 힘든 틈 새싹으로 씩씩하게 돋았었다 생활이 땅을 파고 들면서 박동은 문득 멈췄다 바다는 언제나 나를 부르고 있었다 시퍼렇게 날 세우던 동..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6.28
알프로졸람 알프로졸람 눈을 감고 미간을 바라 본다 아직 남은 불빛 하나 원을 거리며 맴돌다 깊은 곳으로 사라지고 곧 다시 나타나 사라지고 우주는 지금도 팽창 중이라 했던가 의식 또한 끝없이 어디론가 소실하고 있다 호출부호는 이미 발신되었지만 회신은 쉽게 도달하지 않는다 어둠 속을 뚫고..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6.16
새로운 자유 12 – 출근 새로운 자유 12 – 출근 낡은 아침의 옆구리에 키를 꽂는다 부르르 깨어나는 오래된 두려움 완고한 엑셀레이터를 밟으면 목 깊은 곳에서 배설되는 녹슨 어제 남태령은 먼저 나선 시간들로 남루하다 가지지 못한 것들은 모두 앞서 달린다 푸르게 꺼지지 마라 괜찮다 괜찮다 어서 가서 ..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6.16
이제 그만 꽃 지자 이제 그만 꽃 지자 마지못해 피우던 봄은 이제 그만 서러운 웃음을 닫고 내려서자 마디 마다 맺힌 상처들이 아물면 아무렇지 않다 마침 부는 바람 어깨를 빌리자 꽃 피지 않는다 비웃는 이 몇이나 되겠는가 피어 있으면 잠깐 머물러 웃다 그저 나무로구나 모두 떠나는 것을 혼자 조바심으.. 詩舍廊/2021전 발표 詩 2013.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