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영화읽기 126

윤희에게 /임대형감독

. 일본영화 같은 한국영화 잔잔한 일본 영화를 따라 가다 만났다. 눈이 엄청 오는 오타루. 그리고 조용한 김희애.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싫다. 사람이 붐비는 곳이 싫다. 낮보다 밤이 좋다. 조용하게 외롭고 싶으면 오타루로.. 김희애와 많이 닮은 나카무라 유코 윤희와 닮은 쥰 카타세. 그 두 여자의 사랑 그리고 '錄의 森' 이라는 이름의 병원. 삶이라는 지독한 여행. 외로움이라는 동반자. 시간이라는 도무지 무찌를 수 없는 적. 이루지 못한 걸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게 사람이고 그게 인생이라고 말하는 영화 눈은 언제 그치려나?

사랑의 기적

. 로빈 윌리엄스의 미소와 로버트 드니로의 미소. 그 표정들에 대한 오래된 신뢰로 영화를 봤다. 미소는 모조리 슬펐다. 30년 동안 자신을 잃은 레오너드, 세이어박사의 노력으로 잠깐 자신을 다시 찾았으나 이번에는 스스로 의식을 하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레오너드. 그 상실의 과정을 겪는 한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결국 죽음도 그런 것 아닐까? 누구나 지금 현재 내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을 안다. 그저 시간이 느려 두려움이 덜할뿐. 노년에 이르러 죽음의 문앞에 서면 레오너드의 두려움과 똑같은 심정이 되지 않을까? 잠깐 깨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그 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소는 슬펐지만 로빈 윌리엄스와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는 엄청나다. 잠깐 그들이 영화배우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

거울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 . 한 시간 오십 분 짜리 詩 한 편. 소문으로만 알았던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처음 봤다. 한 개인의 역사도 인류의 역사보다 가볍지 않다. 영화 속에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지만 모두 역사 속을 떠돈다. 느린 시간과 풍경, 낡은 문과 거울의 미장센들. 감독의 아버지라는 시인이 들려주는 詩들. 전쟁, 가족, 어딘가에서는 불이 나고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 섞여 있다. 떠난 사람, 기다리는 사람,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 한 시절을 배회한다. 누구도 분명히 말하지 않으므로 영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시간을 지나온 한 시선이 그 시간 속에 뒤섞여 뒤돌아보는 온갖 마음이 있을뿐. 그런 것들이 회색 관목이 펼쳐진 들판의 바람으로, 무겁게 내리는 비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로 의미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