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20.02.18
파문 /권혁웅 파문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20.01.07
- 김현, '눈앞에서 시간은 사라지고 그때 우리의 얼굴은 얇고 투명해져서' 두 사람이 걸어가는 것이다그런 곳에서는눈 쌓인 진부령을 넘어가며멀리서 가만히이쪽을 보는 것을 보았다부모였다민박이라는 글자가 붙은 창문아래에서 반짝이는 것들은도대체 무엇일까어느 땐가 눈이 많이 와저 숙소에 짐을 풀고아이를 갖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눈은 내리고어..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9.12.28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유월의 제주종달리에 핀 수국에 살이 찌면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수국의 즙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저에게 바짝 다가오세요혼자 살면서 저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9.12.24
기도 / 야마오 산세이 기도 / 야마오 산세이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바다여 우리의 병든 몸과 마음을 고쳐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고쳐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산이여 우리의 병든 욕망을 치유해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치유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9.10.24
잠깐 / 박목월 잠깐 / 박목월..타오르는 성냥 한 까치의마른 불길 모든 것은 잠깐이었다 사람을 사모한 것도 새벽에 일어나 목놓아 운 것도 경주에서 출발하여 서울에 머문 것도 타오르는 한 까치의 성냥불 .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9.10.14
사랑법 /강은교 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9.09.05
캔과 경험비판 / 이지아 캔과 경험비판 이지아 침과 내일 아침은 공통점이 있다. 당신은 이게 무슨 말인지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무슨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이 깃털 하나를 떨어뜨렸다. 오리나 거위의 것으로 생각했는데 집으로 가져와 자세히 보니 쇠백로의 것이었다. 나는 깃털에 사인펜을..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9.08.19
핵 / 다카하시 아유무 핵 / 다카하시 아유무 많이 먹을 필요는 없어. 한 마리의 생선을 뼈째 모두 먹어봐. 그러면 참된 '맛'을 알게 될 테니. 많이 읽을 필요는 없어. 한 권의 책을 글자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으라고. 그러면 참된 '재미'를 알게 될 테니. 많이 사랑할 필요는 없어. 단 한 사람을 마음껏 ..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9.02.18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 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2019.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