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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보청기, 좋은 소리와 나쁜 소리가 있습니다

좋은 소리 나쁜 소리 ​ ​ 귀는 열린 대문이다. 늘 열려 있는 귀로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소리를 듣는다. 지금 내 귀에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음악이 조용하게 들리고 동시에 열어 둔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달리는 버스 소리가 들린다. 음악은 듣기 좋고 자동차 소음은 거북스럽다. 그렇지만 내 귀는 음악소리만 골라서 듣지 못한다. 버스 달리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일어서서 창문을 닫아야만 한다. 왜 음악 소리는 듣기 좋고 버스 소음은 듣기 싫은 것일까? 좋은 소리와 나쁜 소리의 기준은 어떻게 정해진 것일까? ​ ​ 김소연 시인은 우리 마음에 두 개의 귀가 있다고 한다. ‘듣는 귀와 거부하는 귀. 이 두 개의 귀로 겨우 소음을 견디고 살아간다. 지구가 돌아가는 광폭한 소음은 듣지 못하면서 한밤중 냉장고..

안양보청기, 귀의 힘

귀의 힘 ​ ​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평생 함께 사는 아내의 표현을 빌자면 집에서는 입에 거미줄 칠 정도라고 한다. 경상도 남자라 집에서는 더 말이 없는 탓일 것이다. 예전부터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경상도 남자가 집에 와서 하는 말 세 마디. ‘밥 묵자. 아는? 자자.’ 실제로 이런 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늘 입을 닫고 사는 것은 아니다. 고객과 상담할 때는 열심히 말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리고 친구들과 어쩌다 한잔할 때는 제법 수다도 떤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과묵한 편인 것 같다. ​ ​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네 기억으론 중학교 입학할 무렵까진 제법 말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 짝사랑하던 여학생으로부터 ‘너는 말이 너무 많아 싫어.’ 라는 말을 듣고 제..

안양보청기, 부모님의 안 들리는 귀, 우리가 고쳐드려야 합니다

아껴 쓰지 못했다면 고쳐가며 써야겠지요 ​ ​ 전파사 혹시 기억하세요? 전파라고 하면 이제는 핸드폰 생각이 먼저 나지만 예전에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전기제품 수리를 하는 가게를 전파사라고 했었지요.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들이 고장이 나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면 수리기사가 출장을 와서 고쳐주지만 예전에는 직접 들고 가서 고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풍기, 다리미 같은 것들을 많이 고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마 요즘은 작은 가전 제품들이 고장이 나지도 않지만 설사 고장이 난다 해도 고쳐 쓰기 보다는 버리고 새것을 사는 게 일상적이 된 것 같습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방에 오래된 가전제품들이 제멋대로 쌓여 있고 그 한 켠 전등불 켜진 작은 책상에 앉아 전기 인두로 카세트플레이어를 수리하던 전파사 아저..

비루한 독서

. 13명의 한국 소설가와 6명의 아시아권 작가들이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이 책의 독자는 과연 누구일까? 좀 더 엄밀히 따져 이 책의 마케팅 타깃은 누구일까? 아마 글 쓰기를 하고 있거나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사실은 시나 문학이 존재할 수 있는 범위가 달을 둘러싼 달무리 정도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당장 나만 해도 자선 바자회 헌책 판매코너에서 이 책을 굳이 고른 이유가 내 글을 쓰는 데 무슨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였으니. 시집은 이제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또는 시인을 동경하는 얼치기 딜레땅뜨들이 없으면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는다. 이 좁은 땅에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하는 사람 8만명이 잘 나가는 소수의 시인을 잘 나가게 ..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 13명의 한국 소설가와 6명의 아시아권 작가들이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이 책의 독자는 과연 누구일까? 좀 더 엄밀히 따져 이 책의 마케팅 타깃은 누구일까? 아마 글 쓰기를 하고 있거나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사실은 시나 문학이 존재할 수 있는 범위가 달을 둘러싼 달무리 정도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당장 나만 해도 자선 바자회 헌책 판매코너에서 이 책을 굳이 고른 이유가 내 글을 쓰는 데 무슨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였으니. 시집은 이제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또는 시인을 동경하는 얼치기 딜레땅뜨들이 없으면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는다. 이 좁은 땅에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하는 사람 8만명이 잘 나가는 소수의 시인을 잘 나가게 ..

안양보청기, 청각장애등급 받아 국가지원금으로 보청기를 마련하는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비 오는 날은 보청기센터 공치는 날 ​ ​ 물의 요일 水요일에 비가 내립니다. 수요일은 일주일의 중간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15일, 한달의 중간입니다. 또 지금은 유월, 일년의 중간 달입니다. 한 해 한 중간의 시간에 내리는 비가 일년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길 바래 봅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내리는 비가 섭섭하기도 합니다. 보청기센터는 비 오는 날에 고객이 잘 오지 않습니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궂은 날씨에 어르신들이 외출을 꺼리는 탓이지요. 오늘은 마음 비우고 생각하고 있던 글을 좀 써볼까 계획하고 있습니다. ​ 보청기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귀, 소리, 듣기 같은 단어들을 많이 접하고 또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요소를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음악의 대위법을 ..

돌담 풍경

. 돌담 풍경 / 김재덕 겨울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희미한 남쪽 바다 멀리 낮은 섬 웅크린 대평포구 무뚝뚝한 절벽까지 아무도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장작 옮기는 사내 입 다문 검둥 개 겨우 파란 마늘밭 낮게 엎드린 마당까지 모두 슬픈 줄 알았습니다 울타리 넘은 바람 한 줄기 코끝을 지납니다 가느다란 스침을 따르는 조용한 미소를 봅니다 참 낮은 목소리들이 들렸습니다 바다는 잘게 소근거리고 섬은 두근거립니다 풀잎도 설핏 인사를 건네고 절벽은 푸르게 웃습니다 아, 그것은 조용한 대화였습니다 돌담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선 수 많은 수평들이 귓속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 마음을 눕혀 놓고 돌아 왔습니다.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