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花果 無花果 2010. 3. 2 보고 있으면 마음 속에 꽃이 피고 떠나 가면 그림자 뒤로 꽃이 진다 아픈 배 살점처럼 띁어 낸 자식 세월 흘러 시든 꽃 발 아래 떨어져도 속으로 피흘리는 어미 꽃은 지지 않으리 꽃 피면 햇발로 하늘을 날고 꽃 지면 먹장으로 가슴을 메운다 詩舍廊/GEO 2010.02.14
낙엽의 이유 낙엽의 이유 2009. 11. 3 가을이 낙엽을 쏟는 것은 너의 손을 내밀어 달라는 것이다 낙엽이 쉬 떠나지 않고 사위를 배회하는 것은 풀죽은 너를 향한 재촉이다 바람불어 제 몸 휘몰아 날리는 것은 부러 고개 숙이는 너를 끄집는 것이다 기어이 둔덕 귀퉁이 우루루 스러지는 것은 대답없는 너.. 詩舍廊/GEO 2009.11.03
새털 구름 새털 구름 2009. 10. 27 여름내내 까치발로 하늘을 좇았다 태풍도 닿지 않은 무던했던 시간들 먼 대관령엔 예민한 얼음이 얼었다던데 팔을 뻗쳐도 하늘은 더 높게 푸르고 어차피 닿지 못할 마음 내려 놓으니 고개 숙인 가을 위로 새털 구름 한결 가볍게 난다 詩舍廊/GEO 2009.10.27
고양이 고양이 2009. 9. 24 참회의 바다에서 도망치던 새벽길 검은 파도가 사위를 덮어 전조등, 날 선 꼬챙이처럼 찌르며 고속도로를 달린다 남겨진 해변에는 헛기침같은 폭죽이 오르고 금단에서 해방된 담배연기 한줌 가슴째 어둠으로 사라진다 절실함이 없는 의무라는 것 일말의 가책과 고개 돌.. 詩舍廊/GEO 2009.09.24
숲속 숲속 2009. 8. 6 절망처럼 고스란히 어둠에 쌓인 숲속에는 째깍 째깍 빛을 갉아 먹는 이름 모를 벌레 소리와 또랑또랑 젖은 가지 위 눈 내리 뜬 푸른 밤 별이 노른자처럼 똑 밝힌 오두막 불빛에 모두 모여 우르릉 꽝 지나간 한 낮 소나기 허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詩舍廊/GEO 2009.08.06
꽃비 꽃비 2009. 4.15 남산에 꽃이 가득한데 낯 가리듯 비가 내린다 남녘엔 산들이 불탄다는데 코흘리게 오줌발 비가 내린다 겨우내 기운 모아 가지 위로 쏟은 대지 목 마른 얼굴 하늘 쥐어 짜 한 모금 축일려다 피 같은 꽃잎마저 되삼키고 있으니 어찌 할까 詩舍廊/GEO 2009.04.15
개나리 개나리 2009. 4. 1 부숴진 축대 옆으로 노란 점처럼 개나리 피었다 발목은 아직 시리지만 바람 사이로 햇발이 성성하니 묵은 주머니에서 손 빼듯 어정쩡하게 피었다 성급한 녀석들 서툰 화장 끝나면 개나리떼 팝콘처럼 터지겠지만 바닥에 스러져 치켜 보아도 주저하던 봄 먼저 코 꿴 놈은 .. 詩舍廊/GEO 2009.04.01
황소 황소 2009. 1. 5 머리보다 어깨가 먼저 세상을 디미는 우직함으로 부릅떠도 마음이 먼저 세상을 바라보는 선함으로 버겁게 그러나 운명처럼 세상을 짊어지는 인내로 황무지 메마른 빛깔 세상에 짓밟히는 겸손함으로 고삐 멍에 옥조이는 세상에 휘둘려도 주저앉지 않는 용기로 이리얏 찬 바.. 詩舍廊/GEO 2009.01.05
가을 목멱 가을 목멱 2008. 10. 31 이즈음 나무 아래 서면 나무의 눈물을 맞을 수 있다 잎 떨기 전 슬픔의 무게를 더는 나무의 눈물은 짙다 햇살 시려 가지 빛날 때 우는 나무의 눈물은 서럽다 잠시 서서 어깨 들썩이는 나무 오열을 맞으면 가을도 밉다 詩舍廊/GEO 2008.10.31
나무 나무 2008. 6. 2 사람의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햇살 쏟아지고 이슬 돋으며 푸르릉 작은 새들 날아 내린다 신의 하늘에서는 조금씩 조금씩 버드나무 참나무 소나무 파르릇 나무들이 솟아 내린다 --- 송수권 시론 1강 숙제 --- 詩舍廊/GEO 2008.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