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 . 기관지 아침마다 목숨은 간신히 깨어난다 어제 하루 불연소 목구멍에 쌓였다 눈 뜨고 헛기침 한번 막힌 숨이 트인다 아버지 큰아버지 숨막혀 모두 죽었다 호흡기의 저주는 오래 된 가족력 언젠가 내 숨통을 죌 목숨 마개 이 가래 220317 詩舍廊/時調 2022.03.24
春來不似春 春來不似春 창 밖엔 터진 목련 송이송이 웃고 있는데 겨우내 잘 버티던 그대 어찌 떠나는가 이 봄에 못내 저물어 홀로 嚴冬 설움인가 220308 詩舍廊/時調 2022.03.08
山水 . 山水 산보다 바다가 좋다 높이보다 깊이가 좋다 못 닿는건 다 같지만 안보이는 게 더 좋다 남들이 다 가는 곳에 못가는 건 못견딜 일 바다 속보다 산 속이 좋다 깊이보다 폭이 좋다 나를 잃는 건 다 같지만 숨 쉴 수 있어 더 좋다 바다건 산이건 간에 아득한 건 다 좋다 210408 詩舍廊/時調 2022.02.14
환갑 환갑 아이들 다 떠나고 넓은 집엔 늘 둘만 한 바퀴 돌았으니 빈 터는 당연한데 덩달아 늙은 강아지 먼저 갈까 늘 걱정 220206 / 시조문학 2022년 봄호 23호 詩舍廊/時調 2022.02.14
가을 장마 가을 장마 오시길 기다리는 분 오시지 않으리 오실 길 가득 검은 비 대신 오시니 오지 않으리 기척은 문 두드려도 기다리는 이 아니니 눈물 닦으면 시간도 닦여 문 열어 지나게 하고 오시길 기다리는 분 오시지 않으리 마음 길 흠뻑 잠겨서 하마 오시지 않으리 -211207 개작 詩舍廊/時調 2021.12.07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는 책망처럼 그깟 자존심 따위라는 지청구처럼 서러움 어쩔 수 없는 막막한 날이 있다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어서 입 굳게 다물고 지내는 오전이 있다 누군가 온다 했지만 돌아서는 오후도 있다 잘못했다는 말처럼 그만 하자는 뒷모습처럼 뒷목 결리고 눈가 떨리는 속수무책 저녁도 있다 눈 감고 마음 지우는 서러운 날이 있다 -20211207 개작 詩舍廊/時調 2021.12.07
線의 목소리 線의 목소리 눈 쌓인 산허리 가늘고 검은 길을 부호 같은 전깃줄 뚝뚝뚝 따라간다 먼 모롱 할 말을 참고 입 닦으며 사라지고 새 한 마리 떨어지다 아득하게 지워지고 하얀 집 하나 멍든 눈 끔뻑이며 바라보나니 그나마 없어지리라 내 선 자리 천지 한 점 詩舍廊/時調 2021.12.07